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서해안의 어민 대표들과 이종구(왼쪽) 수협중앙회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중공업을 방문해 박영헌(오른쪽) 삼성중공업 부사장에게 사과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충남·전북·전남·제주 어민들 항의 방문
충남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충남·전북·전남·제주도 지역 어민들이 10일 삼성중공업을 항의방문해,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 쪽의 사과와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기름 유출로 피해를 입은 서해안의 수산업협동조합장들로 구성된 어민 대표 23명과 수협중앙회 관계자 5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건국 이래 최악의 바다 재앙을 일으킨 삼성이 지금까지 피해 어업인들에게 한마디 위로나 사과의 말도 없이 그저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 어민들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민 대표들은 박영헌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만나 ‘전국 수산업협동조합장 일동’ 명의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사고원인 및 책임 규명 △사고해역 원상 회복을 위한 조처 △피해 어업인을 위한 배상 및 지원 계획을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항의서를 통해 “어업인들의 피맺힌 절규를 삼성중공업이 외면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삼성중공업 쪽에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학순 태안남면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은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법을 앞세워 어민들의 아픔을 침묵으로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나서서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라”며 “조업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부산수산과학원에 태안 앞바다의 바지락과 주꾸미를 보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조업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보상은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은 “삼성중공업도 바다에서 커 온 회사인만큼 지금은 삼성이 직접 나서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민들을 보살필 때”라며 “우리의 뜻을 성의있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동·남·서해안 어민들 전체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 대표들은 이날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찾아가 △기름유출 사고 피해지역의 지원대상 범위 확대 △손해배상 전 영세 어업인에 생계비 지원 △어항 개발 등 피해지역 개발대책 등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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