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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주노동자 ‘죽어서도 먼 길 귀향’

등록 2008-01-11 19:43수정 2008-01-11 22:31

이주노동자 사건·사고 지원체계 미비 내역
이주노동자 사건·사고 지원체계 미비 내역
국내 연고자·지인 있어도 강제출국 우려 못나서
가족 입국도 비자·비용 고충…수개월씩 영안실에
#1. 러시아인 드미트리 크라모프는 한국에서 날품팔이였다. 지난해 성탄절 저녁 경상북도 경산시의 공단지대를 잇는 산업도로에서 교통 사고로 숨졌다. 우즈베키스탄 동료들과 싸구려 맥주를 사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크라모프는 불법 체류자였고, 버려진 빈집에서 살았다. 서른일곱 이주노동자의 외로운 넋은 연고자를 못 찾아 차디찬 냉동고에 머물고 있다.

#2. 베트남 여성 저우는 두 해 전 공장 기숙사에서 강도 피해를 당해 숨졌다. 그의 가족은 입국 비용 마련과 서류 구비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건 석 달 만에야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병원 영안실 주검 안치 비용만 200만원에 이르렀다. 가족들의 한 달 벌이는 6만원 남짓이다.

40만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장기 치료나 사망에 이르는 사고를 당했을 때 이들이나 유족을 도울 공적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고자나 아는 이가 국내에 있어도 강제출국 등을 두려워해 숨기에 바쁘다.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서도 미등록 신분인 우즈베크인 할리코프 누랄리(42)가 숨졌지만 국내에 있는 친형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이천 화재 사고에서는 정부가 중국 등 현지 대사관에 사망자 명단을 통보하고, 유족들의 입국 서류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한’ 편의를 제공했다. 또 비자 발급 수수료 30달러도 면제해줬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건·사고의 경우 고국의 가족이 입국을 하기엔 절차와 비용상의 장벽이 너무 높다.

이주노동자 고국의 가족들이 주검 인수나 간병을 위해 입국 비자를 받으려면 한국에서 발급된 사망진단서 원본 등 각종 서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챙겨 보내거나 관련 절차를 알려줄 책임이 있는 국내 기관은 없다.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 지원단체만 나서다 보니 가족이 들어오거나 위임장을 보내기까지 두세 달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그나마 주검 인수가 아닌 간병 목적 입국 때는 국내 신원 보증인이 없으면 비자 발급 자체가 어렵다. 이주노동자 가족들은 현지인들에게 몇 달치 월급인 비자 발급 수수료 부담도 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나 산재 등에서는 억울한 점이 있어도 민사소송 같은 절차는 꿈꾸기도 어렵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법무부 출입국심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사유가 있을 땐 이주노동자 가족에게 입국 비자를 내주는 제도는 마련돼 있다”며 “다만 현지 주재 우리 영사관 방침에 따라 사증 발급 과정이나 소요 시간에 차이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의 김헌주 대표는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큰 사고를 당하면 적어도 두세 달 이상 ‘길 잃은 죽음’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민간단체들이 관계 기관들과 다퉈가며 권리구제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최원형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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