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현장서 합동위령제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비로 변했고, 다시 화재 현장을 찾은 유족들이 쏟아낸 눈물과 함께 땅을 적셨다.
11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 앞에서는 화재 참사로 희생된 40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천시 주관으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아직까지 신원 확인 등이 끝나지 않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들은 제수와 함께 나란히 놓인 40명의 위패를 바라보며 또 다시 오열했다.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쳐 놓은 천막 안에서 치러진 위령제는 이종일(45)씨의 유족인 유족대표 김성애씨의 추모사로 시작돼 조병돈 이천시장의 추모사와 유족들의 헌화로 이어졌다. 위령제가 치러지는 동안 통곡하던 일부 유족들은 끝내 실신해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코리아냉동의 공아무개(47) 대표는 위령제가 진행되는 내내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으며, 한 유족은 공 대표를 향해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재중동포로 일가친척 7명이 한꺼번에 화를 당한 박영호·박용식씨 부자는 위패에 절을 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딸과 단 둘이 살다가 화를 당한 김완수(47)씨의 유족들은 큰 충격에 어쩔 줄 몰라하는 김씨의 딸을 부축해 간신히 헌화를 마치기도 했다.
한편, 유족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회사 쪽과 2차 보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족 대표들은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보상해줄 것을 회사 쪽에 요청했다. 이날 유전자 정보 대조를 통해 주검 세 구의 신원이 추가 확인돼 모두 19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천/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