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8월28일 민족일보 사건으로 혁명재판에 회부돼 법정에 들어서는 조용수 민족일보사 사장(왼쪽부터), 송지영, 안신규. 대한민국 정부기록 사진집
서울중앙지법 재심 판결
‘친북 누명 사형’ 원혼풀어
‘친북 누명 사형’ 원혼풀어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북한을 찬양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당했던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이 47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용석)는 16일 ‘민족일보 사건’으로 체포돼 북한 정권에 동조했다는 혐의(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사형이 선고됐던 조용수 사장과,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이 선고됐던 양실근(76)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2005년 12월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 가운데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족일보는 사회단체에 해당하지 않고 조용수 사장은 정당의 주요 간부도 아니었다”며 “조용수 사장을 ‘정당 또는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로 전제한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중립화 통일론, 남북 학생회담 지지 등 당시 민족일보가 보도한 기사들이 북한을 찬양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전체 기사 내용을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해 신문사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1961년 6월22일 제정된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6조는 “정당·사회단체의 주요 간부의 지위에 있는 자가 반국가 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동조하면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1961년 5월16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그해 2월 창간한 민족일보의 사설과 기사가 북한을 찬양했다며 5월18일 조 사장을 체포한 뒤 이 법을 소급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은 공포일로부터 3년6월까지 소급해 적용되도록 했고, 법률 제정 이전의 행위에 대해 기소했다”며 “이는 형벌규정의 소급효금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어겨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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