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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올더킹즈맨. 한국의 찌질이들에게 고함

등록 2008-01-21 13:56수정 2008-01-21 14:21

영화 올더킹즈맨 / 한겨레 블로그 라이
영화 올더킹즈맨 / 한겨레 블로그 라이
‘윌리 스탁’의 도전과 좌절

<올더킹즈맨>의 감상법

영화 <올더킹즈맨>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를 조건으로 요구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숀 팬, 주드 로, 안소니 홉킨스,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배우들이 모두 영화 속에서 명성에 걸 맞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선입견을 버릴 것이 요구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숀 팬이 열연한 ‘윌리 스탁’ 오직 한명이란 것이다. 윌리의 참모로서 그리고 기자로서 그의 일대기를 서술한 ‘잭 버든’(주드 로)나. 잭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대상이며, 잭의 친구이자 전 지사의 아들이며 윌리의 정부인 ‘앤 스탠턴’(케이트 윈슬렛)이나, 루이지애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판사이며 죽은 후에야 숨겨진 잭의 아버지로 밝혀진 ‘사무엘 어윈’(안소니 홉킨스)등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윌리의 도전과 추락을 설명하기 위한 소품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잭과 앤과 윌리 그리고 아담과 어윈 등이 얽힌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될 뿐 아니라, 그 지루함에 하품을 쏟아낼 것이다. 아니 당신이 조금 예민한 사람이라면 두통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물이나 정치인의 색스 스캔들을 다룬 애정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반감을 가진 소시민 출신의 개혁 지향적 정치인이 어떻게 정치에 도전했고 성공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득권 계급으로부터 어떤 반격을 받았고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일대기이다. 당신이 이 관점을 벗어나지 않고 올더킹즈맨에 접근한다면 영화는 분명 재미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올더킹즈맨. All the King's Man>

<올더킹즈맨>의 윌리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혁하겠다며 정치에 투신한 일부 정치인과, 역사 이래로 기득권 세력에게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겨 왔으면서도 여전히 그들을 믿고 있는 수많은 서민 찌질이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진실의 요체는 과연 무엇인가?

메이슨시티에서 부실공사로 인해 학교 건물이 붕괴되고 어린 학생들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시의 재정관인 ‘윌리 스탁’은 일약 유명인사로 부상한다. 그가 건물 공사 당시 부정입찰과 부실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이며, 폭로로 인해 떠돌이 외판원 등을 전전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장래를 놓고 고민 중인 윌리에게 도시에서 온 이방인들은 솔깃한 제의를 하게 된다. “당신이 현실 속에 직면한 구조적 모순을 정치인이 되어 직접 해결해 보라.”는 것 이었다. 그를 회유하기 위해 찾아 온 ‘더핀’은 “시민들은 선생님의 정의로움을 높이 사고 있다. 만약 [불의와 맞서 싸우고 학교 붕괴를 경고해 온 윌리 스탁]을 캠패인으로 하여 주지사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부추기고, 윌리는 주지사에 도전한다.

주지사에 도전한 윌리는 빈곤층에 대한 무상교육기회 부여, 낙후된 농촌에 대한 도로와 교량 건설, 의료 복지 향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 확충 등 세부 공약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며 유세를 이어가지만 고향에서 멀어질수록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해져만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과 신념이 무너져 내리던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신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써 오던 '클로니컬'의 기자 ‘잭 버든’의 방을 찾아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한다. 여기서 잭은 아주 중요한 핵심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토로하고 분노하는 당신이 재정관이었을 시절의 전의에 가득 찬 모습을 좋아했지만 정치에 입문한 뒤의 당신은 다른 정치인과 똑 같은 모습이 되었다.“며 윌리로 하여금 정치에 입문할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충고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윌리에게 출마를 권유하고 선거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배후에 다른 도시 출신의 주지사 후보인 ‘조 해리스’의 음모가 있다는 것 이었다. 도시 출신인 조 해리스가 시골 출신인 맥 머피 지지자의 표를 잠식시키기 위해 반짝 스타 윌리를 주지사에 도전하게 했다는 것이다. 조 해리스 진영에서 파견된 정책 참모 새티는 술에 취해 잠든 윌리에게 ‘아마 해리스는 당신이 출연료를 달라고 해도 기꺼이 주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한 윌리는 선거 전략을 수정한다. 애써서 준비한 연설이나 정책자료를 던져 버리고 자신을 속인 정치적 사기극을 폭로하고 자신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속아온 농촌 주민들과 서민들에게 기득권 세력의 음모와 맞서 싸울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호소하게 된다. 냉담해졌던 유권자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개혁을 주장하는 윌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윌리는 압도적 표차로 주지사에 당선된다.

주지사 윌리 스탁

주지사에 당선된 윌리는 자신의 선거공약이었던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혜택, 낙후지역의 도로와 교량건설 등의 정책을 추진하지만 곧 바로 기득권층의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정책을 추진할 예산 대부분을 석유와 전기 회사의 세금 등 기득권층의 주머니에서 털어냈기 때문이다. 전력회사의 사장은 기득권 세력의 대표 자격으로 주지사를 면담하며 복지정책에 대해 반박한다.

“무상교육과 도로건설 등의 복지정책에 쓸 예산이 없습니다.”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 돈은 주지사님 개인의 돈이 아닙니다. 석유회사와 전력회사의 돈 이지요. 지사님이 추진하는 세금 폭탄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것 이며 부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 입니다.”

“그 돈이 석유회사나 전력회사의 돈도 아니지요. 석유회사는 루이지애나의 땅에서 석유를 뽑아내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전력회사는 루이지애나의 강을 막아 전력을 생산합니다.

세금은 석유회사의 돈도 전력회사의 돈도 아닌 루이지애나의 돈 입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대중의 폭발적 지지로 돌파하려는 윌리의 전략은 연일 이어지는 대중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영화 올더킹즈맨 / 한겨레 블로그 라이
영화 올더킹즈맨 / 한겨레 블로그 라이

“나는 부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나는 부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의 식탁에 앉아 당신들의 만찬을 충분히 즐기십시오. 그건 당신들의 것 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만찬을 즐기고 남은 음식들은 식탁에 그대로 두십시오. 그건 우리들의 것 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교육받을 권리,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야 할 권리는 부자들의 자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루이지애나 주민들이 주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일 뿐 입니다.

지금 부자들은 우리들이 되찾으려는 권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저를 파멸시키려하고 있습니다.

제게 망치를 주십시오. 그들을 무너뜨리겠습니다. 우리가 권리를 누리는 것을 방해하려는 자는 그가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기득권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개혁을 목표로 정치에 입문한 윌리는 자신에 대해 반감을 가진 기득권 세력의 반격과 스스로의 타락에 의해 조금씩 몰락하게 된다. 주지사에 당선되었을 당시 모사꾼 ‘더피’를 부지사에 임명한 것을 의아해 하는 잭에게 그를 곁에 두는 것은 [내 귀에 달콤한 말을 해 주는 자를 결코 믿지 말라.]는 “오직 한 가지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던 그는 비도덕적 사생활과 정적에 대한 협박 등으로 자중지란을 일으켜 결국 암살당하게 된다.

한국의 찌질이들에게 고함

올더킹즈맨은 대공황 당시 루이지애나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역임한 <휴이 롱>의 실화를 롱의 추천에 의해 주립대학교수에 임명되었던 <로버트 팬 워런>이 동명의 소설로 출간한 것을 영화화 한 것이다. 3부작의 장편 소설로서 섬세하게 다루어진 캐릭터들의 성격과 빛나는 대사들을 한정된 스크린에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감독의 함량이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위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정치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쏟아져 나오는 정책들은 대부분이 소위 친 재벌 정책이고, 교육 받을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며, 부자에 대한 감세 정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지난 10년간 시도된 변혁 세력의 정책이 절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실패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고, 또 다시 기득권 세력의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의 음모가 막을 올리고 있는 시점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대중은 늘 이용만 당하는 것일까?’

‘왜 서민은 늘 착취당하며 사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 윌리는,

“우리가 (현실에 대해 제대로)모른다는 것은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의사표현을 포기한다면 당신은 더 이상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고 일침 한다.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서민 대중이 속고 있는 책임이 일차적으로 서민 대중 당사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불의를 용인하고 용납하면서 ‘그들이 왜 이렇게 사악하냐?’고 볼 맨 소리나 하는 것은 비겁함과 무책임의 극치이다.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고 아닌 것을 아닌 것이라고 말하라.

만약 이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맞서 싸울 수 없다면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기껏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는 침묵하고, 나중에 불평이나 늘어놓는 찌질이들은 언제까지고 찌질이로 남을 뿐 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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