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입 돈 출처 수사 탄력
구입대행 홍송원·이연숙씨 조사
구입대행 홍송원·이연숙씨 조사
삼성 에버랜드 창고에 수천점의 국내외 미술품이 보관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값비싼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관련한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는 삼성의 값비싼 미술품 구입이 ‘세금 없는 상속’과 ‘투기’ 등 다목적용인 것으로 판단했다. 미술품 거래에는 양도소득세가 붙지 않고, 부동산처럼 등기를 할 필요가 없어 상속이나 증여 때도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술품은 별다른 문제 없이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며 “미술품 구입은 비자금 조성 사건의 곁가지가 아니라 몸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철 변호사는 “홍라희씨는 수시로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연락해 거액의 비자금을 서미갤러리 등에 입금하도록 지시했다”며 “리움 미술관 등을 건립한 것은 문화사업 목적보다는 값비싼 미술품을 이용해 비자금을 숨기고 불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변호사가 지난 14일 수사팀에 넘긴 2004년 당시 메모에는 삼성가에서 구입한 미술품 50점을 2천만달러의 거금을 받고 다시 외국으로 내다판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삼성 특검팀은 계좌추적을 통해 미술품들을 구입한 돈의 출처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미 검찰 수사에서 차명계좌로 관리한 비자금 가운데 1천여억원이 미술품을 사는 데 쓰인 사실이 확인된 만큼 출처도 어렵지 않게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본 관계자는 “검찰 수사 당시 미술품 추적 도표를 이미 그려 놓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 일가 여성들의 미술품 구입을 맡았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창고에 보관된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는 홍씨와 이씨가 구입해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04년 국외에서 그림을 사들이다 관세법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홍씨 등을 상대로 그림 구입 경위 등을 조사했고, 이명희 회장의 이름이 나와 신세계 쪽 관련자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철 변호사는 “애초 대검 중수부에서 손을 댔다가 삼성의 로비로 서울지검으로 넘겨져 약식기소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초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출국해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한편, 창고에 보관된 미술품들이 포장된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삼성 쪽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술품을 다른 장소로 옮기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국립미술관의 미술품 보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항온·항습 장치가 된 수장고에 미술품을 보관할 때는 포장하지 않고 노출된 상태로 보관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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