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씨
‘도곡동 땅’ 의혹 풀 핵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다스·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23일 지난 1985년 도곡동 땅 3필지를 이 당선인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에게 매각한 전아무개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전씨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이상은씨의 재산관리인 이아무개씨와 당시 포스코 실무자 등에게 소환 통보를 하고,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한 계좌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전씨에게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오늘 나오지 않았다”라며 “전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만제(74) 전 포항제철 회장은 지난달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특검 수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 전 회장은 다음달 초에 들어와 특검수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이 당선인의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지난달 말에 이스트웨스트센터 주최 포럼에 참석하러 미국 하와이로 나갔다. 다음달 2일 국적 항공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라며 “이미 특검 수사에 대비해 변호사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김동철 의원이 감사원의 ‘포항제철 경영관리실태’ 문답서를 공개하면서, 도곡동 땅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문답서에는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도곡동 땅을 포철이 사들인 이유를 추궁하던 감사관이 ‘위 부지(도곡동 땅)의 실질적 소유자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은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이명박 의원이 자기 땅을 사달라고 해서 포철이 매입했다’는 말을 김만제 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서청원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발언도 감사원 문답서와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유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13일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김 전 회장이 두 차례나 소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그를 조사하지 않았다. 그 뒤 검찰은 이 당선인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김 전 회장을 조사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또 이날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된 배아무개씨 등 서울시 공무원 3명을 불러, 2004년 3월 ㈜한독산학협동단지에 대한 분양 승인 과정의 특혜 의혹 등을 조사했다.
김태규 박현철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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