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곳 유공자·장애인 몫
적발땐 운영권만 빼앗겨
적발땐 운영권만 빼앗겨
경기 의왕에 사는 한아무개(57)씨는 지난해 10월 이아무개씨로부터 “권리금 2500만원만 내면 과천경마장 광명지점의 매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경마예상지 등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한씨는 친구한테서 2100만원을 빌려 계약했다. 한씨가 장사를 시작하려고 광명지점을 찾았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이씨가 아니라 장애인 백아무개씨였다. 백씨는 한씨를 마사회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한씨를) 내 조카”라고 말한 뒤 “이번주부터 장사를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씨는 “그때서야 경마장 매점은 일반인이 운영할 수 없고, 브로커 이씨를 통해 몰래 들어온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국가유공자나 1∼2급 장애인에게만 주고 있는 경마장 매점 운영권을 브로커들이 수천만원씩 받고 일반인들에게 팔아넘기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수천만∼1억원만 주면 좋은 자리를 소개해줄 수 있다”며 “8∼9년 동안 마사회 몰래 매점 관리를 해 왔고 마사회 지점마다 한개 이상의 매점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 이씨도 “조만간 쏟아지는 자리가 40개가 있다”며 “마사회에서 주는 게 아니고 이걸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업체가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에게 거액의 권리금을 주다 보니까 운영권을 넘겨받아도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광명지점에서 지난 10월까지 경마예상지를 팔던 이아무개씨는 “3년 동안 장사를 해도 입점권을 따려고 브로커에게 준 돈만큼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브로커들을 처벌한 근거가 마땅치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경기 과천경찰서 지능팀 정호성 경사는 “브로커들이 활동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돈을 받은 뒤 매점 운영권을 실제로 줬기 때문에 사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로커 최씨는 “발각되면 애초 매점 운영권을 받았던 장애인 입점자만 운영권을 빼앗길 뿐, 우리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사회의 단속도 역부족이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단 6건의 불법 매매를 적발했을 뿐이다. 전정하 마사회 총무팀 과장은 “전국의 경마장 본점과 지점 33개소에 202개 매점이 있지만 직원 한 사람이 모두 관리한다”며 “정기적으로 점검도 나가지만 솔직히 브로커 적발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매점 입찰 방식은 부작용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공익법인에 매점을 맡기는 등의 개선 방안을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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