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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대통령 후보 비판 누리꾼에 이례적 ‘선고유예’

등록 2008-01-26 09:59

“처벌 땐 정치적 의사표현 위축”
블로그에 이명박 후보 비판 글 현행법 위반은 인정
대선시민연대 “총선 전 선거법 93조 개정” 촉구
지난 대통령선거 때 누리꾼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후보에 대한 비판 등을 펴지 못하도록 규제했던 공직선거법 93조와 관련해, 이 조항을 어겼더라도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사실상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윤성근)는 지난 22일 대선 때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정승민(38)씨에게 선고유예를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정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들이 대부분 8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는 데 견줘 이례적인 판결이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형벌로, 2년이 지나면 유죄 판결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치적인 의사 표현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여론 형성 과정에의 자발적 참여 동기를 저해하는 효과를 낳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처벌의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터넷에 글을 쓰는 행위가 일상화돼 있고 인터넷이 상호적·교섭적인 매체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인 윤성근 부장판사는 “정치적 의사 표현을 처벌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위축되는 등 법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10∼11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 등의 제목으로 이 후보와 한나라당 인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한나라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문서, 도화, 인쇄물 등을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인터넷에서 후보에 대한 의견을 펼치거나 토론을 벌이는 것도 금지하는 근거가 되어, 누리꾼들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시민연대 이지연 팀장은 “현직 법관도 현행 선거법이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93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고,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시민연대는 오는 30일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앞서 문화연대 등 6개 정보인권단체는 지난해 9월 192명의 누리꾼들과 함께 “공직선거법 93조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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