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현 한양대 교수 등 매주 무료 심료치료
27일 오전 10시 서울 가리봉동 이주여성상담소. 안현숙 소장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당시 다친 생존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풍경을 끄집어내 커다란 도화지에 그려 나갔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도록 하는 정신과 심리치료 방법이다. 다른 쪽에선 김석현 한양대 의대 교수(정신과)가 중국인 우건청(49)씨와 의사소통 개선을 위한 개인 면담을 하고 있다. 우씨는 참사 이후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겪어 왔다.
화재 참사 생존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 소장과 김 교수는 이들을 위해 심리치료 프로그램인 ‘새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첫 치료 뒤 이날까지 모두 다섯 차례 치료를 실시했으며, 앞으로 3월까지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매주 일요일 치료를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같은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한 치료 방법”이라며 “민간단체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것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는 것 역시 치료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심리치료의 경우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김 교수의 도움으로 생존자들이 무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심리치료에 참석한 중국인 루보(44)씨는 “치료를 받고 나면 긴장감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하루하루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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