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양 / 우예슬양
안양 초등생 실종 한달넘어
“피 말리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 딸을 엄마 품으로 돌려 주세요.” 한 달 넘게 실종된 딸 이혜진(10)양을 찾아 헤매는 엄마(42)의 가슴은 이제 숯덩이가 됐다. 눈물은 마른지 오래고, 더 이상 녹아날 애간장도 없어 보였다. 안양 ㅁ초등학교 4학년 혜진양과 2학년 우예슬(8)양은 지난해 12월25일 오후 4시10분께 경기 안양문예회관 앞 야외공연장을 지나는 모습이 폐쇄회로텔레비전에 잡힌 뒤 실종됐다. 그 뒤 지금까지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이번주 개학을 앞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경찰은 1만2500여명을 동원해 안양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100명이 넘는 형사대는 4천여가구를 돌며 광범위한 탐문을 벌이고 20만장에 가까운 전단을 뿌렸다. 그러나 수사는 제자리 걸음이다. 경찰은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이 없어 금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안양지역의 성폭력 및 유괴 관련 전과자 24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여기서도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또한 주변 이동전화 기지국 네 곳에서 사건 당일 이뤄진 휴대전화 통화 1만7천여건을 확보해 우범자들의 전화번호와 일일이 대조하고 있으나 용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사는 말 그대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박아무개(43·여)씨는 27일 “두 아이가 놀았던 놀이터는 물론 안양문예회관 주변에서도 지난 한 달 동안 어린이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두 어린이가 사는 주택가에서도 혼자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9살짜리 딸을 둔 손아무개(33·여)씨는 “실종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골목길과 놀이터에서 뛰놀던 동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며 “당장 31일이 개학인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적으로 14살 미만 어린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신고된 게 8062명이며, 이 가운데 8살 이하 1명과 9~13살 58명 등 모두 59명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