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한교실에 40명이 영어로 수업?…“결국 학원으로 내몰릴 것”

등록 2008-01-28 08:17수정 2008-01-28 14:58

유·초·중등교사 ‘영어로 수업’ 설문조사 결과
유·초·중등교사 ‘영어로 수업’ 설문조사 결과
‘영어교육 혁신안’ 약인가 독인가 (중)
영어교육 혁신안 ‘정치적 효과 노린 선전용’?
인수위 ‘사교육 해소’ 주장에 학원도 ‘갸우뚱’

영어교육혁신안 약인가 독인가
영어교육혁신안 약인가 독인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겠다’고 하는데도,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영어교육 전문가들 다수는 오히려 영어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어 공교육 강화 취지는 수긍하지만, 영어나 수학, 사회, 과학 등을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방법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영어 과외 안 받아도 대학 갈 수 있게”(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고교 졸업하면 외국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게”(이경숙 인수위원장) 하겠다는 발언은, 그래서 다분히 ‘정치적 효과를 겨냥한 선전’일 뿐 교육적 접근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 실증적 근거는?=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구호를 앞세워 19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주 1~2시간 영어수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초·중·고 학생들의 ‘조기유학’은 구제금융 직후 주춤한 것을 빼고는 증가세를 거듭해 왔다. 이민이나 부모의 국외근무 동행을 뺀 순수 조기유학생은 97년 3274명(전체 학생의 0.04%)에서 2004년 1만6446명(전체의 0.21%)으로 늘었다.

또 영어 사교육은 취학 전 어린이로 번졌다. 2005년 초등 1~2학년 어린이들은 76%(중소도시)~65%(군·읍) 가량이 이미 영어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을 겨냥한 초등 고학년~중학생의 사교육이 가세했다. 2000년 과외 금지 위헌 결정과 2001년 특목고 지정 권한의 시·도교육감 이양에 따른 특목고 증설이 계기였다.


97년 초등 영어 도입때도 ‘취학전 과외’ 초래
“10명 정도만 따라올 것”…사교육 열병 우려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난해 3월 ‘사교육 실태 및 대책’ 자료를 보면, 영어 사교육은 초등 저학년 땐 의사소통(회화)을 위해 받다가 중·고교로 올라가면서 입시 대비로 바뀐다. 특히 특목고 진학을 바라는 초등학생의 94%, 중학생의 88%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어 몰입교육 도입, 초등 1~2학년 조기 영어교육 확대 등 이명박 차기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이 자율형 사립고 증설 등 ‘고교 다양화’와 맞물려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27일 예비 중2 학생의 학부모 황아무개(44)씨가 “2년 뒤면 영어로 수업한다는데, 당장 영어학원이나 과외강사를 알아봐야겠다”며 불안해하는 것은 단순한 직감이나 소수만의 우려가 아니라는 게 영어교육 전문가들의 말이다. 서울 한 고교 영어교사는 “40명인 학급에서 영어로 수업하면 따라오는 학생은 10명도 안 된다”며 “대학입시 부담이 큰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달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강남의 영어 전문 학원 원장(51)도 “발표처럼 급작스럽게 시행하면 사교육은 팽창할 것이 분명하다”며 “7~8년은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단편적인 방법론”=대통령직 인수위는 ‘영어교사의 수준 제고’에 초점을 두는 듯 보인다. 영어교사 재교육, 영어교사 자격제를 통한 교직 개방 등이 거론된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여러 해 외국 생활을 한 여성 등이 교단에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초등 28.7명, 중 35.3명, 일반고 33.7명)가 매우 많은 현실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너 단계 수준별로 나눈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는 게 교사들의 고백이다.

참여정부는 2005년 원어민 교사 채용 3680억원, 영어학습 전용교실 확보 3500억원, 영어교사 연수 400억원 등 7647억원을 5년 동안 투자하는 대책을 내놨다. 2006년엔 <영어교육방송> 등의 방책도 추가했다. 이런 정책과 견줘서도 인수위의 방안은 ‘단편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영어가 공용어나 상용어가 아닌 외국어이고 초3~고3 학교 영어 수업시간이 950여시간에 그치는 현실을 고려해,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리고 집중도를 키우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근거에서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교육전문가들 “경제력 있는 계층 학생만 혜택 볼 것”
▶ 기러기아빠들 “인수위,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 교사·시설 ‘영어로 수업’ 준비 안돼…돈 쏟으면 2년안에 뚝딱?
▶ 영어교육 몰입된 인수위 ‘ABC’ 안따져보고 ‘전력질주’
▶ “우리말로 가르쳐도 어려운데…영어수업, 학생들이 힘겨워해”
▶ ‘영어교육 정책’ 설득 바쁜 인수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세사기 1300건 터진 서울 관악구…“다음 세입자 없는데 제 보증금은요” 1.

전세사기 1300건 터진 서울 관악구…“다음 세입자 없는데 제 보증금은요”

윤석열 정부 ‘공안 정국’ 조성…검찰, 주말 집회 4명 구속영장 2.

윤석열 정부 ‘공안 정국’ 조성…검찰, 주말 집회 4명 구속영장

서울대, ‘윤석열 퇴진’ 대자보…“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3.

서울대, ‘윤석열 퇴진’ 대자보…“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유령’에서 이제야 자격 얻었는데…산재로 꺾인 ‘이주민 청년’의 꿈 4.

‘유령’에서 이제야 자격 얻었는데…산재로 꺾인 ‘이주민 청년’의 꿈

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삼성전자 반도체 집단산재 신청 5.

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삼성전자 반도체 집단산재 신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