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이 당선인, 민주노총과 대화 파기 왜?
한국노총과 간단회도 대선 한달뒤에야 가져
“국정관리자가 되레 노사갈등 유발” 비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민주노총과의 정책간담회를 돌연 파기하자,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차기 정부에 대한 견제나 반대 목소리는 아예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당선인이 여러 차례 방문한) 고려대 동창회만큼도 취급받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지안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당선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노동자는 없었다”며 “국정 관리자가 노사갈등을 풀어내기보다는 유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시민단체들은 “특검의 수사 대상인 당선인 자신도 특검에 출두하지 않으면서, 유독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갈등 부르는 노동관”=이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정책간담회가 파기된 표면적 이유는 이 위원장의 경찰 출석 문제였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새 정부가 펼 노동정책의 방향과 내용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실제 이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뒤 노동계와의 만남을 한참 뒷전으로 미뤄왔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도 대선이 끝난 지 한달이 넘은 지난 23일에야 성사됐다. 대신 ‘강성 노조와 불법파업을 없애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고, 노동계를 향해선 “경제살리기를 위한 협조”만을 당부하는 데 그쳤다. 당선 직후부터 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찾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출범도 하기 전부터 이처럼 노동계와 대결적 태도를 보이는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노동정책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그동안 인수위는 노동정책과 관련한 별도 브리핑을 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비정규직법 후속대책 등 노동 현장의 핵심 현안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네 시간 만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지난 17일 인수위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한다며 검찰과 경찰, 노동부가 참여하는 ‘산업평화정착 태스크포스(TF)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이 드러내고 있는 노동정책 기조는 노동계를 포함한 소외계층의 저항과 반발을 불러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과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위한 상시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이날 간담회 파기 뒤엔 곧바로 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노정 사이의 충돌이 애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임을 예견하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노사갈등이 빚어지는 ‘원인’에 주목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한 경제단체와 만난 자리에선 “강성노조들이 태안의 자원봉사자들처럼 자세를 바꿀 것”까지 요구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정책기조에서 이 당선인과 배치되는) 민주노총에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읽혀진다”며 “새 정책이나 제도를 밀고나가려면 사회 각 계층과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런 의지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과 분리?=간담회조차 못 가진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이 당선인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첫 정책간담회를 마쳤다. 또 한국노총 출신 전현직 간부 11명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국노총 몫’으로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양병민 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을 공천심사위원회에 외부인사로 배정하기도 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위가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은 포용하면서 강성인 민주노총은 배제 또는 압박하려는 당선인의 의중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 온 한국노총과의 관계도 장기적으로 보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와 함께 사회적 대화 기구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미 민주노총과의 대화 창구를 닫아버린 이 당선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노총의 상층 간부 몇몇이 의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본격화되면 한국노총도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국정관리자가 되레 노사갈등 유발” 비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민주노총과의 정책간담회를 돌연 파기하자,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차기 정부에 대한 견제나 반대 목소리는 아예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당선인이 여러 차례 방문한) 고려대 동창회만큼도 취급받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지안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당선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노동자는 없었다”며 “국정 관리자가 노사갈등을 풀어내기보다는 유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시민단체들은 “특검의 수사 대상인 당선인 자신도 특검에 출두하지 않으면서, 유독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관련 발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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