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삼성물산 전무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조사 받으러 올라가려고 승강기를 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삼성전기 전 상무 차명계좌 첫 시인
참고인 대부분 출석 거부 “3명 동시에 복통”
특검 “삼성 방어벽 무너질 것”…수사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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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9일 삼성 계열사의 전직 임원한테서 ‘내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는 내가 전혀 모르는 계좌이며, 이름을 도용당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및 특검 수사가 시작된 뒤로 김용철(50) 변호사를 제외한 삼성 출신 임원이 차명계좌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특검 조사를 받았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차명 의심 계좌를 두고 모두 “내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계좌”라고 진술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28일 차명 의심 계좌를 소유한 삼성전기 출신 김아무개(57) 상무를 소환 조사했더니 ‘내가 만든 계좌가 아니다. 또 계좌에 들어 있는 돈도 내 돈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전 상무의 진술을 확보한 28일 밤 차명계좌가 개설된 삼성증권 해당 지점으로 직접 찾아가 계좌 확인작업을 벌였으며, 29일에도 수사관 서너 명을 보내 추가로 계좌 확인 작업을 했다. 또 계좌 개설을 담당한 삼성증권 여직원 두 명을 이날 불러 누구의 지시를 받아 차명계좌를 개설해 줬는지 등을 캐물었다.
특검팀은 또 박기성(53) 삼성물산 본부장을 불러 차명 의심 계좌 보유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피고발인 31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정석 특검보는 “에버랜드 사건 등 경영권 승계 관련 고소·고발 사건의 관련자 및 공모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혐의를 확인하는 것도 이번 수사의 목적”이라며 “피고발인 33명 가운데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두 명만 재판을 받은 상태다. 나머지 피고발인은 검찰이 분리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고발인 가운데 이 회장에 대한 조사만 남겨둔 상태인 검찰은 애초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이 회장을 조사한다고 밝혔으나, 유죄 선고 이후에도 이 회장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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