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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반도 대운하, 귀찮고 복잡해 반대?

등록 2008-01-30 08:15수정 2008-01-30 14:26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 여론 폄훼
업체 대표·책임자급 대상 <한겨레> 여론조사 왜곡
“종업원 대상 조사…기사 보고 실소 금할 수 없다”

“기업체 오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90% 이상 찬성, 종업원들한테 물어보면 70~80%이상이 반대한다. 왜냐하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

지난 24일 <대구방송>이 주최한 ‘경부운하, 희망의 물길인가?’ 토론회에서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이 한 말이다. 토론중에 사회자인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가 “실제 운하가 건설되면 화주나 물류업체들이 이용해야하는데 그들을 상대로 예비 시장조사를 하셨는지? 한 언론사 보도를 보니 화주들의 답변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었다”고 질문한 데 이렇게 답변했다. 추 팀장은 “저희가 지난해 여름에 조사를 했다. 그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팀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경부운하 대구경북 검증위원회(준)가 “반대 쪽 의견을 근거없이 폄훼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7곳이 참여하고 있는 검증위원회(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추 팀장은 설문조사에서 대운하가 필요없다고 답한 화물운송업체 담당자들은 ‘바뀌는 게 귀찮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입안자로서 운하에 반대하는 쪽의 여론을 근거도 없이 단지 ‘귀찮기 때문에 그런다’고 폄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위원회는 또 “(추 팀장이 답변을 하자)반대 쪽과 방청객들이 술렁거렸고, ‘그렇게 평가하면 안 된다.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언론 기사는 <한겨레> 1월14일치(1·3면)이다. 이날 <한겨레>는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72개 업체(화주)의 물류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로 설문 조사해 결과를 보도했는데, 응답자 가운데 76.7%는 대운하가 필요 없고, 56.6%는 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 팀장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근거로 이 기사가 화물운송업체 운전사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당 기사에 대한 추 팀장의 발언을 보면, 최소한 두 가지 사실에 대해 근거없이 확신하고 있다. <한겨레>가 설문조사를 한 대상은 의사결정권이 없는 화물운송업체의 기사나 종업원이라는 것과 대부분 종업원들은 운송방식의 변화가 귀찮아서 싫기 때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한겨레>는 해당 기사를 쓰기 전 이틀에 걸쳐 기자 5명이 업종별로 나눠서 직접 전화설문을 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화물운송업체 대표나 회사에서 그 업무를 맡고 있는 책임자급으로 삼았다. 추 팀장이 우려한대로 운송업체 운전사를 ‘화주’로 보고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았다. 기자가 설문조사를 한 업체 12곳의 운송책임자들은 진지하게 질문에 답했으며, 왜 운하에 반대하는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추 팀장이 짐작한 대로 “운송방식 변화를 귀찮아”하는 응답자는 없었으며, 대부분 자신이 맡고 있는 물류운송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대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따라서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설문 응답자들이 운하가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데 대한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검증위원회(준) 언론대응팀은 “추 팀장이 ‘종업원들이 변화가 귀찮아서 대운하가 필요없다고 답했다’고 공중파 방송 토론회에서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한겨레> 설문조사에 응한 해당 업체 담당자들을 공개적으로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오너들을 대상으로 하면 90%가 찬성으로 나왔다’고 했는데, 어떤 조사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먼저 밝히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TBC운하 토론회, 추부길 비서실 팀장 ‘오판’
‘화물운송업체, 운하불필요’조사에 ‘변화 귀찮아하는 직원들 여론’

지난 24일 밤 11시부터 TBC에서 진행된 「경부운하, 희망의 물길인가?」토론회에서 추부길(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이하 추부길 팀장)이 던진 말이다.

경부운하를 두고 전문가들의 찬반공방,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에 두고 득과 실을 평가하는 토론은 2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환경, 경제, 지역사회 등 어느 한 주제도 분명한 접점을 찾지 못한채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자리였다.

토론 후반부에 추부길 팀장이 던진 한마디는 ‘반대자의 입장을 이리도 무시하면서 왜 토론장에 나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토론회가 시작된 지 1시간 40여분경, 사회자인 홍덕률 교수(대구대)가 찬성론자 측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론조사 결과 물류업체 관계자, 대운하에 소극적, 부정적

추부길 : “종업원들이 반대한다. 바꾸는 것 자체를 귀찮아 한다”

“찬성 측에 대한 질문이다. 실제 운하가 건설되면 화주나 물류업체들이 이용해야 하는데 그들을 상대로 시장조사, 예비 시장조사 또는 수요조사를 하셨는지? 언론사 보도 보니깐, 화주들의 답변이 부정적 or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도가 되었던데..”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추부길 팀장의 대답은 “이번에 조사를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화주한테 물어본다고 했을 때 그 회사의 기사, 운전사, 종업원에게 물어봤는지, 오너에게 물어봤는지에 따라 답이 확연하게 다르다”고 응했다.

또한 “기업체 오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90%이상 찬성, 종업원들한테 물어보면 70~80%이상이 반대한다. 왜냐하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는 것.

이 말에 대해 반대 측 관계자와 방청객들은 술렁거렸고, ‘그렇게 평가하면 안된다.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당시 사회자가 질문했던 ‘수요자대상 조사’결과는 한겨레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4일 경부운하 등 한반도 대운하 주요 고객이 될 국내 컨테이너와 벌크화물 운송업체(화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한국화주협회로부터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의 수출입 물품과 국내 화물을 운송하는 업체 72곳(16개 업종)의 명단을 건네받아 각 회사의 물류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6.7%가 대운하는 필요 없다, 56.6%가 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가장 효율적 운송수단으로 58.9%가 도로를 선택했다.

이날 보도에서 한반도 대운하 찬성, 반대의 주요이유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반대측 입장을 보인 가전업, 화학제품업, 시멘트업, 제분업, 중공업 관계자는 나름대로 이유를 제시하고 있었고, 찬성을 보인 종합물류업계 관계자도 ‘대체 운송수단은 필요하지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기도 했다.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중요

이날 토론회 때 추부길 팀장이 제시했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이 모든 결과가 각 회사 물류 담당자 즉 실무책임자의 근거 있는 판단”이 아니라 “종업원들 입장에서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응답했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토론은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이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는 기본적 상식이다.

하지만, 반대측 입장에 대해 “직원으로서, 귀찮아서”라고 폄훼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로서, 찬성측 관계자의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것이다.

‘대운하 관련 토론회를 보면서 정부 측 주장자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그 근거에는 ‘반대론 주장을 깡그리 무시하는’ 추부길 팀장의 사고 방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경부운하대구경북 검증위원회(준) 언론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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