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 여론 폄훼
업체 대표·책임자급 대상 <한겨레> 여론조사 왜곡
“종업원 대상 조사…기사 보고 실소 금할 수 없다”
업체 대표·책임자급 대상 <한겨레> 여론조사 왜곡
“종업원 대상 조사…기사 보고 실소 금할 수 없다”
“기업체 오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90% 이상 찬성, 종업원들한테 물어보면 70~80%이상이 반대한다. 왜냐하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
지난 24일 <대구방송>이 주최한 ‘경부운하, 희망의 물길인가?’ 토론회에서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이 한 말이다. 토론중에 사회자인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가 “실제 운하가 건설되면 화주나 물류업체들이 이용해야하는데 그들을 상대로 예비 시장조사를 하셨는지? 한 언론사 보도를 보니 화주들의 답변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었다”고 질문한 데 이렇게 답변했다. 추 팀장은 “저희가 지난해 여름에 조사를 했다. 그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팀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경부운하 대구경북 검증위원회(준)가 “반대 쪽 의견을 근거없이 폄훼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7곳이 참여하고 있는 검증위원회(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추 팀장은 설문조사에서 대운하가 필요없다고 답한 화물운송업체 담당자들은 ‘바뀌는 게 귀찮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입안자로서 운하에 반대하는 쪽의 여론을 근거도 없이 단지 ‘귀찮기 때문에 그런다’고 폄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위원회는 또 “(추 팀장이 답변을 하자)반대 쪽과 방청객들이 술렁거렸고, ‘그렇게 평가하면 안 된다.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언론 기사는 <한겨레> 1월14일치(1·3면)이다. 이날 <한겨레>는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72개 업체(화주)의 물류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로 설문 조사해 결과를 보도했는데, 응답자 가운데 76.7%는 대운하가 필요 없고, 56.6%는 운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 팀장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근거로 이 기사가 화물운송업체 운전사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당 기사에 대한 추 팀장의 발언을 보면, 최소한 두 가지 사실에 대해 근거없이 확신하고 있다. <한겨레>가 설문조사를 한 대상은 의사결정권이 없는 화물운송업체의 기사나 종업원이라는 것과 대부분 종업원들은 운송방식의 변화가 귀찮아서 싫기 때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한겨레>는 해당 기사를 쓰기 전 이틀에 걸쳐 기자 5명이 업종별로 나눠서 직접 전화설문을 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화물운송업체 대표나 회사에서 그 업무를 맡고 있는 책임자급으로 삼았다. 추 팀장이 우려한대로 운송업체 운전사를 ‘화주’로 보고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았다. 기자가 설문조사를 한 업체 12곳의 운송책임자들은 진지하게 질문에 답했으며, 왜 운하에 반대하는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추 팀장이 짐작한 대로 “운송방식 변화를 귀찮아”하는 응답자는 없었으며, 대부분 자신이 맡고 있는 물류운송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대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따라서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설문 응답자들이 운하가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데 대한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검증위원회(준) 언론대응팀은 “추 팀장이 ‘종업원들이 변화가 귀찮아서 대운하가 필요없다고 답했다’고 공중파 방송 토론회에서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한겨레> 설문조사에 응한 해당 업체 담당자들을 공개적으로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오너들을 대상으로 하면 90%가 찬성으로 나왔다’고 했는데, 어떤 조사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먼저 밝히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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