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KMA times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가장 슬픈 것이 무엇일까요? 제 경험으로는 자식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또는 고부, 형제간의 갈등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 유산상속으로 형제간 다툼
말기 췌장암 할아버지가 식사를 전혀 못하여 입원하였습니다. 아들이 2명인데 100억 원대의 유산문제로 가족의 연을 끊었더군요. 입원 한 달 뒤 임종하였는데, 두 명의 아들은 각자 따로 병원에 오고 면담도 따로 해야 했습니다. 치료나 검사를 할 때도 각각 따로 설명하고, 동의도 받아야했죠. 서로 의견이 틀리면 참 난감하더군요. (참고 :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풍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한명의 선한 사람을 보면, 그 가족들은 하나같이 착하구요. 반대의 경우는 어쩜 그렇게 가족들이 다 똑같은지 신기하더군요.) 이 와중에 제일 불쌍한 것은 간병을 하시는 할머니였습니다. 울면서 저에게 하시는 충고가 절대 아들 둘은 낳지 말라고 몇번을 이야기하셨죠. 오죽하면 같은 병실의 안면있는 간병사가 쫒아와서 할머니가 먼저 죽을 것 같다고 걱정하더군요.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끝나도록, 제발 빨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II. 환자 앞에서 시누이와 싸움
1년 전 이혼한 40대 남자가 말기 담도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이혼후 누나네 집에 얹혀살았다는데, 전처가 병문안을 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시누이가 밥을 제대로 안챙겨줘서 암이 생겼다며 면박을 주고, 시누이는 '차라리 날 죽여라.'고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말할 기운도 없는 환자는 한숨만 쉬고 있더군요. 며칠 뒤 시누이가 저를 찾아와서 정말 자기 탓인지 울면서 물어보시더군요. 당연히 아니라고 몇 번을 설명해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더군요. 없는 살림에 남편 눈치 보며 힘들게 동생을 데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시는데 참 어렵더군요. 전처도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 우리 사회가 남 탓하기를 너무 좋아해서 생기는 문제 아닌가 생각되네요.
III. 서로 칭찬해주는 가족들 재혼을 하였는데 배우자가 병이 생기면 자식들이 새어머니 탓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격지심에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정말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와는 반대의 말기 담도암 아버님을 간호하는 따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평소에도 어머님과 따님의 우의가 좋으셨고, 아버님도 참 인내심 깊고 인격적이셨습니다. 오늘 따님만 약을 타러 오셨는데, 어머님께서 새어머니신데 정말 아버님의 병간호에 너무도 헌신적이셔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제 경험상 새어머니시면 스스로 아버님의 중병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자제분들이 짐을 덜어드리는 편이 좋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좋은 분위기의 가정은 다르더군요. '벌써 돌아가실 병인데 그래도 몇 달 더 사시는 건, 다 어머님이 병간호를 잘해주셔서라고 믿어요. 감사해요.'라고 얼마 전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님께서 눈물을 쏟아내시며 고마워하셨다는 군요. 앞으로는 더 어머님께서 괜한 마음의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며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Written by 한정호, MD (http://im.docblog.kr)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II. 서로 칭찬해주는 가족들 재혼을 하였는데 배우자가 병이 생기면 자식들이 새어머니 탓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격지심에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정말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와는 반대의 말기 담도암 아버님을 간호하는 따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평소에도 어머님과 따님의 우의가 좋으셨고, 아버님도 참 인내심 깊고 인격적이셨습니다. 오늘 따님만 약을 타러 오셨는데, 어머님께서 새어머니신데 정말 아버님의 병간호에 너무도 헌신적이셔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제 경험상 새어머니시면 스스로 아버님의 중병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자제분들이 짐을 덜어드리는 편이 좋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좋은 분위기의 가정은 다르더군요. '벌써 돌아가실 병인데 그래도 몇 달 더 사시는 건, 다 어머님이 병간호를 잘해주셔서라고 믿어요. 감사해요.'라고 얼마 전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님께서 눈물을 쏟아내시며 고마워하셨다는 군요. 앞으로는 더 어머님께서 괜한 마음의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며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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