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잇단 출석거부’ 대응 복안은?
증거인멸 등 위험수위 판단
증거인멸 등 위험수위 판단
삼성 특검팀이 소환 통보를 받은 삼성 임원들의 잇따른 출석 거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팀은 30일 삼성에 대해 작심한 듯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조준웅 특검은 “특검 때문에 회사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하는데, 사장이나 임원들이 조사를 안 받으려고 출근을 안 하고 여기저기 피해 다니니까 일을 못하는 게 아니냐”며 삼성 임원들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조 특검은 특히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황 사장이 소환 연기를 요청하면서 미국에서 중요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출국금지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며 “조사를 받으면 출국금지를 풀어주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방송카메라에 잡히면 이미지가 나빠져 일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 특검은 “이런 내용을 언론이 앞뒤 다 자르고 ‘특검이 삼성 업무를 방해한다’고 보도한다”며 일부 신문의 보도 태도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특검팀은 또 비자금 조성의 핵심 축에 있는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도 이런저런 핑계로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이처럼 삼성 임원들의 소환 거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삼성의 조사 거부나 증거인멸 등 수사방해 행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이 매일 1~2명만 출석시켜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지만, 출석한 임원들이 수사에 대비해 연습을 한 티가 날 정도로 진술이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특히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도 언급해 주목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삼성화재 압수수색 때 한 직원이 컴퓨터 자료를 지우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행위는 관련 서류를 폐기하는 것과 같다”며 “증거인멸 혐의로 충분히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특검 수사의 본질적인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은 삼성의 증거인멸 행위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삼성의 수사방해에 대해 “특검 수사 방향에 대한 계획과 복안이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안팎에서는 소환을 거부하는 핵심 참고인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강제 수사 기법을 동원하면 삼성 쪽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특검팀은 삼성증권에 협박 전자우편을 보냈던 박아무개 전 과장과 비자금 조성의 핵심 실무자인 최진원 전략기획실 부장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소재 파악에 나섰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전 과장은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이고, 최 부장은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신원을 확보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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