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에 ‘세무청탁’ 시도한 해운업체
검찰, 업체쪽서 받은 돈 되돌려준 정황 포착
검찰, 업체쪽서 받은 돈 되돌려준 정황 포착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가 3일 해운회사인 ㅅ해운이 비자금 조사 무마 명목으로 정상문(62)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국세청 고위 간부 등을 상대로 벌인 로비 내역이 정리된 리스트를 확보하고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로비 리스트’에는 정 비서관 외에도 ㅅ해운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경찰 조사를 받던 2004년 당시 세무공무원과 경찰서 관계자들에게 돈을 건넨 시간과 장소, 액수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비서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 비서관의 전 사위 이씨가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과 구체적 액수, 돈이 오간 방법 등이 정리된 로비 리스트와 녹취록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리스트에 거론된 당사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최근 국세청 간부가 ㅅ해운 쪽에 5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간부가 뇌물 가운데 일부를 ㅅ해운 쪽에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ㅅ해운을 상대로 2004년 2월부터 5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해, 1999년 이후 비자금 94억2천만원이 만들어져 이 가운데 수십억원이 접대비와 판촉비 등 불분명한 명목으로 쓰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청은 검찰에 따로 고발하지 않고 법인세 77억원을 추징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최근 정 비서관의 사위였던 이씨로부터 “ㅅ해운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정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2006년 정 비서관의 딸과 이혼한 뒤 개인적인 앙금이 남아 정 비서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이혼한 지 3개월 후인 2006년 9월 “청와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서울 흥인동 한전산업개발 사옥 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ㅅ해운의 로비설에 대한 고발을 들여다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검찰 서면조사에서 “2004년 초 이씨가 돈을 가지고 왔지만 바로 돌려보냈다”며 “회사와 관련해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서 변호사를 소개시켠 준 것밖에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관은 또 “ㅅ해운 쪽에서 딸 이름의 계좌로 입금했다는 5천만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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