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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설? 하나도 반갑지 않아요”

등록 2008-02-04 15:59

손자 셋 키우며 사는 팔순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

"내가 죽으면 손자들은 어쩝니까. 저것들 때문에 죽지도 못해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매화아파트에서 손자 셋과 함께 살고 있는 김진도(82) 할머니는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한숨부터 쉬어진다.

설이 돼도 변변한 새옷 하나 사줄 수 없는 손자들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9년 전 부인과 이혼한 막내아들이 집을 나간 뒤 남겨진 어린 손자들을 홀로 키우며 살고 있다.

할머니가 하루종일 폐품을 수집해 판 돈으로는 네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지만 이들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주변 복지시설과 의인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에 세차례씩 신장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할머니의 지병인 신장병이 악화되면서 가족들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최근 대선과 총선 등 정치일정 탓인지 불우이웃 돕기도 뜸해진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말에는 살던 임대아파트의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오른 보증금 220여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손자들의 아버지인 막내아들을 포함해 5남1녀의 자녀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는 할머니에게 200만원이 넘는 돈을 자력으로 마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같은 김 할머니의 딱한 소식이 전해지자 군포시 공무원들은 모금운동을 벌여 모은 220여만원을 설을 앞둔 4일 할머니 가족에게 전달했다.

성금을 전달하는 공무원들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고개를 숙인 김 할머니는 이제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으로 자란 손자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는 "큰 손녀가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부모가 없으면 힘들다고 해서 오늘 경찰서에 가서 가출신고를 하고 왔다"며 "(손자들이)공부도 잘 하고 착하게 자랐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시 주민생활지원과 전종수 팀장은 "제도권 안에서 할머니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봤지만 부양의무를 진 자녀들의 수입이 있어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 (군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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