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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한반도기 날리겠습니다”

등록 2008-02-04 20:40수정 2008-02-04 23:14

정의철씨
정의철씨
3년간 6대륙 최고봉 오른 재일동포 3세 정의철씨
허약한 체력 다지려 등산 시작
4개월 만에 킬리만자로 거뜬히
고국원정대와 세계 최고봉 도전

사소한 계기 하나로 인생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재일동포 3세 정의철(35·커피숍 운영·사진)씨는 허약한 체력을 이겨내려 산에 오르다, 3년 만에 6대륙 최고봉에 오르는 ‘산사나이’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 에베레스트(8848m)에 도전하려 2008 경기도 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대장 남상익)에 합류했다.

끝없는 정상등정의 꿈을 이루고 난 뒤 무얼 하겠냐고 묻자 “그동안 산에 가느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커피숍을 정상적으로 꾸려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산행의 종착역 역시 평범한 세계로의 귀환이었다.

그런데, 그의 등정세계엔 통일을 향한 말없는 실천운동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6대륙 최고봉을 오를 때마다 정상에서 펼쳐보인 깃발은 유명 등산업체의 브랜드 이름을 내건 것이 아니었다. 그가 ‘통일기’라고 일컫는 ‘한반도기’였다. 일본에서 태어나 분단 조국에 대한 그의 사랑과 통일 염원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번엔 경기도 원정대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한반도기를 펼쳐보이고자 지난 2일 한라산 6일간 합동훈련에 합류했다. 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다진 뒤 3월 27일 출국해 5월 초 에베레스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가 산과 맺게 된 인연은 참 흥미롭다. 원래 바다낚시광이었던 그는 날씨가 나빠 낚시를 할 수 없게 되자, 동료 3명과 도쿄 인근 오가사와라섬의 한 산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일행 중 막내로 가장 젊었던 정씨는 자신이 제일 처지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그 일이 있었던 2004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체력훈련에 들어갔다. 조깅으로 처음 달린 거리가 800m였고 더는 한걸음도 달음박질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달간의 훈련으로 10㎞ 완주가 가능해졌다. 그의 꿈은 7대륙 최고봉 등정으로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훈련 시작 4개월 만에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에 오른 그는 열흘 뒤 오스트레일리아 최고봉 코지어스코(2228m) 단독 등정으로 몸을 풀었다. 출발은 아주 쉬워 보였지만 시련 역시 일찍 찾아왔다. 그해 5월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에 도전했지만 4800m에서 포기해야 했다. 힘만 믿고 올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여기서 배운 것이 바로 힘과 기술의 조화였다. 그가 매킨리를 그것도 단독으로 오른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6년 6월이었다. 2005년 말엔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59m) 단독등정,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는 두 차례나 올랐고, 남극의 빈슨매시프(4897m)는 작년 1월에 올라 6대륙 최고봉 등정을 마쳤다.

그는 “산은 노력하면 된다”고 했다. 그의 이번 도전엔 재일동포사회에서 산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총련등산협회(회장 김재용)의 재정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됐다. 2001년 조인주를 꺾고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챔피언에 오른 홍창수씨는 정씨의 외사촌. 정씨는 일본 명산 100곳을 11개월26일만에 단독등정하는 등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등반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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