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4월 시행…자막·수화방송 의무화
장애인단체 “이미 1년 유예기간 둬…납득안돼”
장애인단체 “이미 1년 유예기간 둬…납득안돼”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방송을 의무화하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오는 4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방송업계가 뒤늦게 난색을 표하면서 법 재개정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10일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3항을 보면,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 및 위성방송 등 모든 방송사는 모든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방송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 법은 제정 당시 1년간 유예기간을 둬 오는 4월1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법 시행을 두달여 앞두고 방송업계가 제작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5일 보건복지부와 방송위원회에 건의문을 내어 “입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막과 수화방송 프로그램 범위와 서비스 수준이 명확하지 않는 등 법률 제정 및 시행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방송제작 환경을 고려해 장애인에게 충실한 방송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법 시행 이전에 시행령 등 세부사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또 “(자막과 수화방송을 하려면) 방송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금’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방송위원회도 “자막방송 제작에 필요한 장비 도입에 1억원이 들고, 특히 24시간 방송을 내보내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경우 한 개 채널이 수화와 자막방송에 연간 140억원이 필요하다”며 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 장애인단체는 방송업계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법 시행에 1년씩이나 유예기간을 뒀는데도 법 시행이 코앞에 닥치자 방송업계가 뒤늦게 반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철환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법제위원은 “장애인단체가 7년 동안 노력한 끝에 제정한 법인데, 방송업계가 준비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문제삼는다”며 “다만 자막·수화방송을 소규모 방송사업자까지 적용한 내용은 지나친 감이 있어 법안을 완화는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 법 재개정안이 2월 정기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두 법안 모두 소규모 방송사업자만 자막·수화방송에서 제외하고 있을 뿐 법안의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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