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못한 80대 할머니 승소
국립묘지 ‘합장’ 가능…소원 풀어
국립묘지 ‘합장’ 가능…소원 풀어
우선애(80)씨는 1946년 만주 태평학교 교사이던 김아무개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그해 6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서울로 와서 살았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고 남과 북의 이념 대립이 시작되던 때라 세상은 뒤숭숭했고 객지에서 새살림을 차린 우씨 부부는 미처 혼인신고를 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50년 6월25일 전쟁이 일어나 남편은 장교로 참전했고, 이듬해 9월 강원도 고성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전쟁이 끝나고 혼자 남게 된 우씨는 다행히 전사한 남편의 사실상 배우자로 인정돼 55년부터 국가로부터 유족연금을 받았다. 우씨는 이 연금으로 혼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국가보훈처는 우씨에게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사실상 배우자’로 인정을 받았더라도 사망한 뒤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고 알려 왔다.
세상을 등지게 되면 남편 곁에 묻히고 싶었던 우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얻어 혼인관계 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의 전사확인서와 본적지 이장 및 마을 주민의 보증서 등을 힘들게 구해 증거자료로 냈다. 결국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전연숙 판사는 “우씨가 1951년 남편과 사실상 혼인 관계였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승소 판결을 받아낸 우씨는 “혼인신고가 안 됐다는 이유로 남편 곁에 묻히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며 “다행히 승소 판결을 받아 평생 소원을 풀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우씨 쪽을 대리한 이강현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법적 혼인 관계와 대등한 지원을 받도록 보훈처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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