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창 수의사가 다음달 본격 운영을 앞둔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야생동물구조관센터 재활훈련장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성기창 울산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인생을 돈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잖아요.”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성기창(48) 수의사는 얼마전까지 수의사 1명 등 직원 3명을 거느린 동물병원 원장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거리에 버려지는 애완견이 넘쳐나 휴·폐업을 하는 동물병원들도 많지만, 그의 병원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애견가들로 항상 북적였다. 16년 동안의 풍부한 치료 경험과 야생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경북 경주 서라벌대로부터 초빙교수로 위촉받아 일주일에 두차례 강의도 했다.
억대 수입 병원 정리하고 공무원 변신 선택
“생명 경각심 일깨우는 교육장소 만들고파”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야생동물구조센터장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원서를 냈다. 시내에 위치한 동물병원 맞은편의 한 건물을 임대해 희귀동물 생태연구소를 만들고, 버려진 개를 치료하고 돌보기 위해 600평 규모의 땅을 직접 사들이기도 했지만 진료에 쫓기거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을 경영하면서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런 면에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는 공조직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죠.” 당연히 교사인 아내가 “갖은 고생을 다해서 병원을 일궜는데 40대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극구 말렸다. 주변 친구와 동료들도 억대의 수입을 올리던 병원을 그만두고 연봉 4천여만원의 공무원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연간 수입 규모로 판단하는 세상의 잣대는 그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공무원을 지냈던 아버지의 유일한 격려가 힘이 됐다.
“교사인 아내한테 생활을 맡기는 것이 마지막까지 맘에 걸렸다”는 그는 결국 지난해 11월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동물병원은 같이 일하던 후배 수의사한테 물려줬다. 그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세가지다. 밀렵과 자동차사고, 굶주림 등으로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센터를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재활훈련중인 야생동물을 개방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무분별한 인간의 생태파괴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밀렵도구 박제 등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할 참이다. 또 강아지를 이용해 다운증후군과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어린이를 치료한 경험을 살려 새를 이용해 장애어린이를 치료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장 먼저 발견해 구조센터로 운반하는 119 구조센터 요원들한테 부상당한 야생동물의 응급처지요령과 이송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공무원으로 변신하지 넉달째. 조직에 대한 불만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는 “전국 네번째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만든 울산시와 공단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2~3년 동안 내실있는 센터로 만들어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생명 경각심 일깨우는 교육장소 만들고파”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야생동물구조센터장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원서를 냈다. 시내에 위치한 동물병원 맞은편의 한 건물을 임대해 희귀동물 생태연구소를 만들고, 버려진 개를 치료하고 돌보기 위해 600평 규모의 땅을 직접 사들이기도 했지만 진료에 쫓기거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을 경영하면서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런 면에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는 공조직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죠.” 당연히 교사인 아내가 “갖은 고생을 다해서 병원을 일궜는데 40대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극구 말렸다. 주변 친구와 동료들도 억대의 수입을 올리던 병원을 그만두고 연봉 4천여만원의 공무원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연간 수입 규모로 판단하는 세상의 잣대는 그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공무원을 지냈던 아버지의 유일한 격려가 힘이 됐다.
“교사인 아내한테 생활을 맡기는 것이 마지막까지 맘에 걸렸다”는 그는 결국 지난해 11월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동물병원은 같이 일하던 후배 수의사한테 물려줬다. 그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세가지다. 밀렵과 자동차사고, 굶주림 등으로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센터를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재활훈련중인 야생동물을 개방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무분별한 인간의 생태파괴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밀렵도구 박제 등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할 참이다. 또 강아지를 이용해 다운증후군과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어린이를 치료한 경험을 살려 새를 이용해 장애어린이를 치료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장 먼저 발견해 구조센터로 운반하는 119 구조센터 요원들한테 부상당한 야생동물의 응급처지요령과 이송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공무원으로 변신하지 넉달째. 조직에 대한 불만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는 “전국 네번째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만든 울산시와 공단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2~3년 동안 내실있는 센터로 만들어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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