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자전거 보관대에 10일 오후 누군가 안장을 떼어 간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날뛰는 자전거도둑, 설 인심까지 ‘슬쩍’
연휴·대규모 주택단지 노려…“현관 앞 세워도 감쪽같이”
보관소 되레 표적…누리꾼 1500명 ‘등록제 제정’ 청원서명
연휴·대규모 주택단지 노려…“현관 앞 세워도 감쪽같이”
보관소 되레 표적…누리꾼 1500명 ‘등록제 제정’ 청원서명
고향에서 설을 쇠고 지난 9일 돌아온 김성후(33·서울 개봉동)씨는 산 지 한달도 안 된 30만원짜리 자전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허탈했다. 대문 안쪽에 자물쇠까지 채워 보관했지만, 절단기로 자물쇠를 끊고 훔쳐가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정훈(29)씨도 “설 연휴 동안 집을 비워 현관 앞 복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경비 아저씨에게 부탁도 했지만, 집에 돌아오니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자전거 도둑’이 날뛰고 있다. 자전거 타기 동호회인 ‘자전거 세상’이 지난해 12월 회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1.3대를 도난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 대부분이 한차례 이상 자전거를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셈이다. 자전거 세상의 이기형(37) 회장은 “과거처럼 어린이나 학생들이 호기심에서 자전거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절도 조직이 야간을 틈타 대규모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물쇠를 채워도 전문적인 자전거 도둑을 당해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부 주택가에서는 도난 방지를 위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고 있지만, 비용과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이나 아파트 안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도 도난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 이기형 회장은 “낡은 자전거가 늘어선 보관소에 새 자전거를 세워두면 금세 눈에 띄게 돼, 오히려 절도범의 표적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해야 근본적으로 도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등록제는 도난이나 무단 방치를 막기 위해 자전거에도 자동차처럼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선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슈청원’ 게시판에 ‘자전거 등록제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누리꾼들에게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10일까지 1500여명의 누리꾼이 서명에 동참했다.
한만정 녹색자전거봉사단 단장은 “현재로선 자전거를 도난당해 경찰에 신고해도 되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가 나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갖춘 전자칩을 자전거에 부착하는 등 도난 방지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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