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지점 못찾고 소방당국-문화재청 초기 대응 ‘안이’

소방당국은 뒤늦게 "숭례문 지붕은 맨 위에 기와가, 바로 아래쪽에 흙이 있으며 그 아래에 `강화다짐'과 `적심', `회벽바름'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 가운데 적심에서 불이 발생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발화 지점까지 물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화재규모 '오판'도 문제 = 화재발생 초기에 불길이 잡힌 것으로 보고 연기만 새 나오는 동안 내부확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번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화재 발생 40 여분 만에 `훈소상태'(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이 잡힌 것으로 오판한 것이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장의 한 소방 관계자는 "일반 목조 건물은 일일이 해체하고 확인하면서 불을 끄면 되는데 숭례문은 문화재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며 "화재는 대충 진압됐지만 건물 안에 있는 불씨를 확인하느라 진화작업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초기 숭례문 화재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발생 1시간여 만인 오후 9시 55분이 돼서야 화재비상 2호를 발령했으며 이로부터 40여 분이 지난 오후 10시 32분에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을 지휘관으로 하는 한 단계 높은 화재비상 3호를 발령했다. 화재비상 2호는 소방차 기준 31~36대가 화재비상 3호는 43~52대가 각각 출동하는 규모의 화재로서, 이날 숭례문 진화작전에는 모두 60대의 소방차가 동원됐다. 11일 오전 1시께 숭례문 누각이 붕괴하는 장면을 지켜본 한 소방 관계자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지붕을) 뜯어서라도 (진압을) 하는 건데…"라고 말해 초기 대응이 미숙했음을 인정했다. 목재에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될 때까지 쉽게 불이 꺼지지 않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데 한 몫했다. 한 방재전문가는 "목재 문화재는 오래 보존하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는데 이렇게 (약품처리를) 하면 불이 오래 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화 약재를 뿌리면서 산소차단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 전문가들 "적극진압 아쉬워" =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국보 1호라는 점을 의식해 적극적인 진압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백동현 교수는 "불이 난 숭례문은 국보급 문화재여서 소방대가 물을 마음대로 뿌리지 못하고 화재의 추이를 보면서 진화작업을 벌였기 때문에 진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국립방재교육연구원 방재연구소장을 역임한 광운대 노삼규 교수는 "나무가 오래되었고 사용된 안료 등도 화재에 취약하다. 주변이 트인 광장이라는 점에서 바람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화재청이 초기 진화시 문화재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화재진압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은 외부의 의견이 아닌 현장 책임자의 판단이다"며 "이번 화재의 경우 문화재 일부가 파손된다 하더라도 초기에 많은 물을 분사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