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새벽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돼 일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5시간만에 전소ㆍ붕괴 '잿더미로'
시민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비통
시민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비통
화마가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삼켜버렸다.
2층 누각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른 지 3시간 반만에 2층 전체를 휘감았던 불길은 한시간여 뒤 숭례문 전체를 쓰러뜨렸다.
단순 화재인 줄만 알았던 불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누각 사이로 번지기 시작했고 이내 2층 지붕을 뚫고서 괴물같은 불기둥으로 솟아올랐다.
숭례문을 검게 태우는 불기둥 앞에서 130여명에 달하는 소방관도, 물대포를 쏟아내는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소방차도 속수무책이었다.
10일 오후 8시 48분께 숭례문 2층 누각에서 시작된 불은 발생 3시간을 넘어서면서 층 전체를 휘감더니 누각 곳곳을 뚫고서 10m가 넘는 거대한 불기둥이 돼 600년을 지켜온 국보 문화재를 검게 태우기 시작했다.
불길은 2층 외벽을 통해 훤히 보일정도 검은 연기를 토해내 건물 곳곳을 집어 삼켰고 서서히 숯덩이처럼 변한 2층 누각은 서울역 방면 후면에서부터 우수수 떨어지면서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숭례문 주변을 수십여대 소방차가 둘러싼 채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힘없는 물줄기만을 쏟아냈다. 굴절사다리차 10여대가 동원돼 2층 누각 위로 연신 물을 뿜어댔지만 불길은 여전했다. 사다리차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누각 근처로 잽싸게 다가섰던 소방관들은 소화호스를 든 채 누각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만을 지켜봤고 성벽 주변에서 호스를 든채 진을 쳤던 소방관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우르르 쿵쿵쿵'. 11일 오전 1시 58분께 전면 2층 누각이 잔디밭 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더니 한꺼번에 고꾸라졌고 검은 연기는 구름처럼 순식간에 남대문 일대 하늘을 뒤덮었다. 숭례문의 전면은 뼈대만을 남긴 채 1층과 2층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누각과 함께 떨어진 나무 기둥들은 고통스러운듯 불꽃을 튀기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측면 상당부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까래와 푹 꺼져버렸다. 무너진 숭례문 속에서 거세게 솟아오르던 불기둥은 10여대의 소방차에서 뿜어내는 물대포에 기세가 잦아들었지만 연기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숭례문은 더이상 국보 1호가 아닌 흉물스러운 폐건물 잿더미에 가까워 보였다. 진화작업을 벌였던 한 소방관은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여러 화재를 경험해봤지만 이런 불은 처음이다. 불이 난 2층 지붕 안으로 물을 쏟아부었지만 불을 끄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고 전했다. 소방차 주변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은 화마가 숭례문을 삼키는 순간 건물을 멍하니 바라본 채 쓰러진 국보 1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화재초기 숭례문 내부에서 진화작업을 한 소방구조대원은 "화재초기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발화지점 부근을) 부수지 못하게 했다. 부수지 않고서는 불을 끌 수 없는 데 이게 화재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 소방관은 "불이 난 지붕에 물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 부숴야 했다. 소방차로 안되면 헬기를 띄워서라도 지붕에 물을 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시 화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고층건물까지 안가본 곳이 없지만 정말 슬픈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한탄스러워 했다. 이날 숭례문 주변에는 화재소식을 듣고 나온 시민들이 몰려들어 불기둥과 희뿌연 연기 속에 사라져가는 숭례문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섞인 긴 한숨소리를 털어놓았다. 김철수(55.자영업)씨는 "분통할 노릇이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며 "새해 첫날부터 이런 일이 있는 게 안타깝다"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시민 신재후(34.목수)씨는 "소중한 문화재가 없어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빨리 진화가 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거 같다. 정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고서연(27.여.간호사)씨도 "처음부터 뉴스를 봤는데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 같다"며 "불줄기가 약해서 가벼운 화재거니 생각했는데 소방관과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불이 커졌다"고 답답해 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너머를 꽉 채운 채 '이를 어떡하냐', '불이 왜 이렇게 꺼지지 않느냐'는 등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이 꺼지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숭례문 주변을 수십여대 소방차가 둘러싼 채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힘없는 물줄기만을 쏟아냈다. 굴절사다리차 10여대가 동원돼 2층 누각 위로 연신 물을 뿜어댔지만 불길은 여전했다. 사다리차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누각 근처로 잽싸게 다가섰던 소방관들은 소화호스를 든 채 누각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만을 지켜봤고 성벽 주변에서 호스를 든채 진을 쳤던 소방관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우르르 쿵쿵쿵'. 11일 오전 1시 58분께 전면 2층 누각이 잔디밭 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더니 한꺼번에 고꾸라졌고 검은 연기는 구름처럼 순식간에 남대문 일대 하늘을 뒤덮었다. 숭례문의 전면은 뼈대만을 남긴 채 1층과 2층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누각과 함께 떨어진 나무 기둥들은 고통스러운듯 불꽃을 튀기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측면 상당부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까래와 푹 꺼져버렸다. 무너진 숭례문 속에서 거세게 솟아오르던 불기둥은 10여대의 소방차에서 뿜어내는 물대포에 기세가 잦아들었지만 연기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숭례문은 더이상 국보 1호가 아닌 흉물스러운 폐건물 잿더미에 가까워 보였다. 진화작업을 벌였던 한 소방관은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여러 화재를 경험해봤지만 이런 불은 처음이다. 불이 난 2층 지붕 안으로 물을 쏟아부었지만 불을 끄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고 전했다. 소방차 주변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은 화마가 숭례문을 삼키는 순간 건물을 멍하니 바라본 채 쓰러진 국보 1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화재초기 숭례문 내부에서 진화작업을 한 소방구조대원은 "화재초기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발화지점 부근을) 부수지 못하게 했다. 부수지 않고서는 불을 끌 수 없는 데 이게 화재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 소방관은 "불이 난 지붕에 물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 부숴야 했다. 소방차로 안되면 헬기를 띄워서라도 지붕에 물을 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시 화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고층건물까지 안가본 곳이 없지만 정말 슬픈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한탄스러워 했다. 이날 숭례문 주변에는 화재소식을 듣고 나온 시민들이 몰려들어 불기둥과 희뿌연 연기 속에 사라져가는 숭례문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섞인 긴 한숨소리를 털어놓았다. 김철수(55.자영업)씨는 "분통할 노릇이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며 "새해 첫날부터 이런 일이 있는 게 안타깝다"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시민 신재후(34.목수)씨는 "소중한 문화재가 없어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빨리 진화가 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거 같다. 정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고서연(27.여.간호사)씨도 "처음부터 뉴스를 봤는데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 같다"며 "불줄기가 약해서 가벼운 화재거니 생각했는데 소방관과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불이 커졌다"고 답답해 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너머를 꽉 채운 채 '이를 어떡하냐', '불이 왜 이렇게 꺼지지 않느냐'는 등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이 꺼지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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