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컬릿. 인수위는 '촤컬릿' 이라고 할까? /한겨레 블로그 혹성탈출
오늘은 아침부터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중남미의 도미니카로 떠나게 되는 친구가 있어 오래간만에 얼굴도 볼겸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전철을 타고 40분 남짓 이동하여 친구를 만나 찻집으로 갔다. 간만에 만난 친구와 도미니카 가면 한번 놀러오라는 농담부터 스페인어 공부해야겠다고 엄살까지 두 시간 남짓 수다를 떨고는 그 친구가 다음 약속이 있어 아쉬운 자리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간만에 시내까지 나온 김에 대형서점에 가기로 했다.나는 대형서점에서 서서 이책 저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은 책값도 만만치 않기에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에게 이것보다 좋은 취미는 없다. 백화점 7층에 들어선 대형서점에 갔는데 입구에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는 베스트 셀러 소개 코너는 거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란 거의 '광고' 와 '돈'이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해서 먹고사나 하는 걱정에 경제 잡지를 좀 뒤적이다가, 언더그라운드의 음모에 대한 책,올해 목표중 하나인 영어회화책,서바이벌 매뉴얼,바이크 수리 매뉴얼,캠핑가이드,일본 야쿠자 계보 등을 뒤적이다 보니 훌쩍 3시간이 지나버렸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연결통로가 있는 백화점의 지하1층으로 향했다. 백화점 지하 1층에는 각종 음식코너가 있다. TV쇼핑에서나 보는 맛있어 보이는 갈비세트,생선회,다양한 커피,고급 과일,케이크 등등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즐비하다. 점심을 못 먹은 나는 그 코너들을 지날때마다 군침을 흘리며 불쌍한 눈빛으로 쇼윈도우 안의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아~ 성냥팔이 소녀의 눈빛이 이런 것이겠지. 나는 언제쯤 저런 음식들을 먹어 볼 수 있을까? 이곳의 많은 인파는 이런 비싼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대체 어디서 생기는 걸까? 월간 최대 270시간을 일하는 내가 이들보다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일까? 15년째 쓰고 있는 내 지갑이 그렇게 헤프게 입을 벌리고 있다는 소린가?
그러다 맞닥뜨린 코너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발렌타인 데이 특별코너' 였다. 난 남자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초컬릿 받는 것을 싫어한다. 왜냐?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그저 철없는 사람들만 들떠서 가볍게 사랑을 논하고 제과회사에 돈을 쏟아붓는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성'스러운 성탄절날 러브호텔이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교배기가 정해져 있는 동물원의 동물도 아니고, 타인이 정한 '날짜'에 사랑을 고백하는 것 만큼 멋대가리 없는 게 어디 있는가? 남들이 하는대로 똑같이 하는 것은 전혀 매력이 없다. 난 오히려 남들이 하는 그런 허례허식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욱 매력을 느낀다.
발렌타인 데이 란 것 자체가 서양의 풍습이지만, 일본에서 초컬릿 회사들의 선전과 이벤트로 인해 '여자가 남자에게 초컬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 로 변질된 것이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거기에 화이트데이는 100% made in japan 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 중에는 일본이라면 국가와 단체,개인을 막론하고 '쪽발이'이며 '우리 조상의 원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난 그런 극단적인 배타주의와 민족주의를 싫어하는데 그것 가지고 언쟁을 하자면 끝이 없기에 잠자코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중에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환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여자친구가 초컬릿 주었다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는가하면 화이트데이엔 답례로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상대방에게는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이벤트'에 수만원 심지어 십 수만원을 쉽게 쓰기도 하는 것을 보고 난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일본이 그렇게 싫다며 왜 일본 장사치들이 만들어낸 놀이에 그렇게 환장하냐?"
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야야...국제화시대에 그렇게 편협한 생각을 가지냐? 상품도 좋으면 쓰는거지 너 국산팔아주는게 애국인줄 아냐? 생각을 넓게 가져라 " 이 무슨 기막힌 결말인가? 나를 '쪽발이' 편을 드는 매국노 취급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날 국수주의자 취급? "일본X끼들은 재수없다" 는 위험한 증오심을 불태우던건 바로 너였는데? 거기에 대해 주의를 하던 내가 엊그제만 해도 쪽발이 였고,넌 '애국지사'가 아니었나? 허허허...그래 관두자...사랑앞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니. 그게 일본풍습이면 어떻고 도미니카 상술이면 어떠하리...네가 너의 님하고 한 백년 살자는데 내가 무슨 성화를 하겠니. 하지만말이다...사랑에만 국경을 없애지 말고 '증오' 와 '경멸' 에도 '국경'이란 기준을 두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백화점의 발렌타인 코너를 지나가자니 그런 생각들이 연이어 떠올랐고,조금전까지 새우튀김을 보고 차 올랐던 나의 군침은 어느샌가 말라버려 입안에서는 쓴내만 나고 있었다.마지막으로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로 북적거리는 발렌타인 코너를 뒤로하며 난 중얼거렸다. "내가 초컬릿 못 받는게 배아파서 이러는게 아니라구! 난 받기 싫어하는 거라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야야...국제화시대에 그렇게 편협한 생각을 가지냐? 상품도 좋으면 쓰는거지 너 국산팔아주는게 애국인줄 아냐? 생각을 넓게 가져라 " 이 무슨 기막힌 결말인가? 나를 '쪽발이' 편을 드는 매국노 취급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날 국수주의자 취급? "일본X끼들은 재수없다" 는 위험한 증오심을 불태우던건 바로 너였는데? 거기에 대해 주의를 하던 내가 엊그제만 해도 쪽발이 였고,넌 '애국지사'가 아니었나? 허허허...그래 관두자...사랑앞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니. 그게 일본풍습이면 어떻고 도미니카 상술이면 어떠하리...네가 너의 님하고 한 백년 살자는데 내가 무슨 성화를 하겠니. 하지만말이다...사랑에만 국경을 없애지 말고 '증오' 와 '경멸' 에도 '국경'이란 기준을 두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백화점의 발렌타인 코너를 지나가자니 그런 생각들이 연이어 떠올랐고,조금전까지 새우튀김을 보고 차 올랐던 나의 군침은 어느샌가 말라버려 입안에서는 쓴내만 나고 있었다.마지막으로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로 북적거리는 발렌타인 코너를 뒤로하며 난 중얼거렸다. "내가 초컬릿 못 받는게 배아파서 이러는게 아니라구! 난 받기 싫어하는 거라구!"
쓸쓸한 윈도우.대체 누가 저런걸 사갈까? /한겨레 블로그 혹성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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