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소령이 부대 명의의 법인카드를 무단발급받아 `카드깡' 수법으로 18억4천여만원을 챙긴 뒤 잠적했던 사건과 관련,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국가가 엘지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국가 배상책임이 없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2003년 2월 당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인사처장이었던 김모 전 소령은 위조한 위임장으로 비행단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고, 한 달 뒤에는 엘지카드 영업소를 방문해 위조한 비행단장 관인으로 비행단 명의의 법인카드를 발급받았다.
이후 김 전 소령은 카드 월 사용한도액을 7천만원으로 늘리고, 엘지카드로부터 법인카드 10장을 추가로 발급받은 뒤 2003년 11월까지 4억4천여만원어치의 각종 상품권을 카드로 구입해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카드깡'으로 돈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김 전 소령이 엘지카드사에 최종적으로 결제하지 않은 대금은 6천843만여원이며, 그는 엘지카드를 포함한 5개 신용카드사에 18억4천여만원의 손해를 끼치고 달아났다가 2005년 7월 검거됐다.
국가는 2004년 엘지카드를 상대로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했으니 6천843만여원의 카드대금을 갚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1ㆍ2심 재판부는 "카드발급이 김 전 소령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카드사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사처장은 부대 복지기금을 관리ㆍ집행하기 때문에 법인카드 발급신청 및 사용한도 증액신청 행위를 `사무집행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고, 카드사가 비행단에 김 전 소령이 적법한 대리권을 가졌는지 문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비행단 관리처장은 2003년 6월4일, 감찰실장 직무대리는 10월18일, 각각 김 전 소령이 비행단 명의의 법인카드를 무단발급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즉각 조치하지 않았고, 비행단장은 11월4일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서도 김 전 소령이 잠적할 때까지 감찰조사 또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아 직무상 의무를 위배했다"고 덧붙였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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