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사이 국보 제1호 숭례문은 변변한 보험 하나도 들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복구 비용의 대부분은 세금으로 메워져야 할 형편이다.
문화재청은 11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문화재에 대해 보험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리법을 보면, 숭례문과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청이 법적인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관리책임자다. 하지만 문화재청 쪽은 “문화재청이 전국의 문화재들을 모두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보통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며 “보험도 지자체에서 판단해 가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숭례문 관리를 맡은 서울 중구청도 보험을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정호 중구청 공원녹지과장은 “지난해에 삼성생명 등 몇군데 보험회사에 문의를 했지만, ‘문화재는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회사 쪽에서 계약에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숭례문에 대한 보험은 직접적인 관리 책임이 없는 서울시가 가입하고 있었다. 유성찬 서울시 문화재관리팀장은 “1998년 서울시 시유재산에 대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화재보험에 일괄 가입하면서 숭례문도 보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험은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한 게 아니어서 화재 보험금이 9500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숭례문 복구 비용으로 추산되는 200억원 가량은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문화재청이 70%를 부담하고, 서울시가 30%를 부담하게 된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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