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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목조문화재 옆 소화기·소화전이 전부…방재대책 허술

등록 2008-02-11 21:04수정 2008-02-12 00:18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침통한 표정으로 숭례문 화재 현장에 다가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침통한 표정으로 숭례문 화재 현장에 다가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jsk@hani.co.kr
보물1호 동대문엔 스프링클러는커녕 소화전도 없어
낙산사·서장대 등 잇따라 화마에 사라져도 무대책
문화재청 “예산부족”…전문가 “자동탐지설비 시급”
강원 양양군의 ‘천년고찰’ 낙산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시 화성 서장대, 국보 1호 숭례문 …. 수백년 역사를 지닌 문화재들이 몇년 사이 잇따라 잿더미로 주저앉고 있다. 초라한 우리의 문화재 방재 대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11일 새벽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에 소방방재 도구는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전부였다. 스프링클러나 화재 자동탐지 설비는커녕 저녁 8시 이후에는 관리자도 없었다.

화재로 사라진 주요 문화재
화재로 사라진 주요 문화재

■ 숭례문뿐 아니다=이런 실정은 다른 유적이나 문화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경복궁은 지하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을 뿐, 소화기 270여개와 소화전 30여개로만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창경궁에도 진화 시설이라고는 소화기 110여개와 소화전 8곳이 전부다. 창경궁 관리사무소 이만희 소장은 “현행법상 유적지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보물 1호인 동대문에는 소화전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초기 진화를 위한 소화기 15개와 무인경비업체가 설치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만이 동대문을 지키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청 문화체육과 김진우 계장은 “동대문은 외부에서 침입해 불을 내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없는 구조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뒤 문화재 안전과를 신설하고 문화재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수막시설 등 방재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해인사, 봉정사, 낙산사, 무위사 네 곳에 그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년 사업비가 15억원에 불과해, 수많은 문화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방재 우선순위
문화재 방재 우선순위
■ 사라지는 문화재들=문화재 방재 전문가들은 “전국 3300여개 문화재와 사찰 대부분이 목조 건축물인 상황에서 화재에 따른 소실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에만 전북 고창군 신재효 고택, 경남 김해시 김해향교 등 6곳의 문화재가 전기 합선, 부주의, 방화 등으로 불에 탔다. 또 보물 제458호였던 경남 하동 쌍계사 적묵당은 1968년 불에 타 없어져 보물 지정이 해제됐고, 보물 제163호였던 전남 화순군 쌍봉사 대웅전은 1984년 촛불에서 시작된 불로 잿더미가 됐다.

화마에 의한 문화재 수난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5년 양양 산불로 사라진 낙산사다. 산불은 원통보전과 범종각, 요사채 등 낙산사의 주요 건물 13동과 홍예문 누각을 모두 불태웠으며, 보물 479호인 동종까지 녹여버렸다.


■ 초기 방재 대책 시급=문화재 전문가들은 자동탐지설비, 방화관리자 선정 등 초기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화재에도 허둥대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지방 곳곳에 널려 있는 문화재에 불이 날 경우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문화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열 탐지기 등 자동탐지장치를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동 목원대 교수(건축학)도 “문화재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며 보존하는 ‘동태보존’ 방식이 널리 퍼지고 있어, 문화재에 대한 방화·실화의 위험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목조 건축물 내부에 쌓인 먼지에 작은 불꽃만 튀어도 언제든 큰 화재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외형에만 매달리지 말고 속을 들여다 보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인력과 재정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현웅 최원형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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