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장 최기영(63·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장)씨
최기영·신응수씨, 화재현장서 밤 꼬박 새워
“우리 할아버지 집이 타버린 것처럼, 내 집이 타버린 것처럼 애절하고 착잡합니다!”
지난 10일 화재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애끓는 눈길로 불타는 숭례문을 지켜본 이들이 있었다. 문화재와 평생 같이 살아 온 대목장들이다. 밤을 꼬박 새우며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 곁을 지킨 대목장 최기영(63·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장)씨는 “지금 짓는 현대 건축물은 650년 뒤에는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숭례문은 650년 전에 설계하고 지어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며 “선조들의 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씨는 화재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왔다.
최씨는 특히 중시조가 조선시대에 한성부 판사를 지내며 숭례문 축조를 지휘했던 최유경(崔有慶.1343~1413)이어서 더욱 슬픔이 컸다. 최씨는 “앞으로 진행될 복원 과정에서 조상들이 지어놓은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산림청과 문화재청이 서로 협조한다면 목재를 구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형이 훼손된 만큼 국보 1호로서의 가치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가 나올 수는 있지만 국보 1호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모두 합심해 소중히 복원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61년 한국전쟁으로 훼손된 숭례문을 해체해 보수한 작업에 참여했던 신응수(66) 대목장도 밤새 뜬눈으로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신씨는 당시 도편수 조원재 선생의 지도를 받아 숭례문을 직접 뜯고 다듬어 올렸다. 1975년 그가 도편수로 참여한 수원성 복원공사를 비롯해 불국사, 안압지, 창경궁 등 굵직한 문화재들이 그의 손을 거쳐 복원됐다. 오랜 세월 ‘궁궐 장인’으로 보내면서 신씨는 고향인 충북을 떠나 옛 건축물 복원공사에 쓰는 소나무 산지인 강원도 강릉으로 삶터를 옮겨 활동해 왔다. 현재 경복궁 복원 사업을 총감독하고 있기도 하다. 신씨와 최씨는 11일 현장에서 열린 긴급 문화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복원 작업 등을 함께 논의했다.
대목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로 궁궐이나 사찰 등 전통 건축물을 짓는 데 능한 장인을 일컫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목장은 신씨와 최씨, 전흥수(70) 대목장 등 모두 세 사람이다. 전씨는 숭례문 보수와 부석사 무량수전 등의 개·보수에 참여했고, 1998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세웠다. 고건축 분야 최고 기술자인 이들은 앞으로 진행될 복원 작업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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