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준 전 삼성전기 전무가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삼성 특검 사무실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재용 전무·이부진 상무 계좌서 수임료 빠져나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증언을 조작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11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증여세 관련 소송 수임내역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비자금에서 지급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수임료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우선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특검법에 나와 있는 ‘수사 및 재판 과정의 불법행위 관련 의혹’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계좌추적을 통해 김앤장이 에스디에스 관련 소송의 수임료로 삼성 쪽으로부터 받은 수표가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38) 호텔신라 상무의 개인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앤장 쪽의 수임내역 자료를 살펴보다가 이 전무 등의 개인계좌까지 추적하게 된 것”이라며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이 전무 등의 개인계좌도 비자금 계좌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앤장은 에버랜드 사건의 증언과 증거 조작에 적극 가담해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삼성전자의 자문료 형식으로 받아 챙겼고,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거액의 수임료를 비자금에서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 임직원들의 계열사 차명주식 소유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감독원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정석 특검보는 “금감원 자료를 통해 어떤 임직원이, 어떤 증권계좌에, 어떤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어 법원의 영장을 통해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금감원에 요청한 자료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소유주식 5% 이상 취득 임원들의 지분 △해당 임원들의 지분 변동 내역 등이다. 특검팀은 금감원 말고도 국세청 조사국에도 삼성 계열사의 지분 이동 및 차명주식 조사 결과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화준(63) 전 삼성전기 상무와 신동익(57) 전 삼성카드 상무를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지난 8일 자료 확보에 실패했던 서울 수서동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경기 과천의 삼성에스디에스 이데이터센터를 이날 다시 압수수색했다.
김남일 고제규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고제규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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