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1일 밤 불에 타버린 숭례문을 둘러본 뒤 현장을 떠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은 11일 "숭례문 화재 소실은 총체적으로 문화재청장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발 대한항공 KE902편으로 급거 귀국한 유 청장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남대문 현장에 도착, "나라의 국보 하나를 망실 처리한 책임은 문화재청장에게 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3년 6개월간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하며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오늘 현장을 둘러보니 참담하고 부끄러움이 크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지난해 4월 바로 이 숭례문에 대한 가상 화재진압훈련을 했는데 이렇게 특수하게 일어나는 화재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더 높은 차원의 방재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며 현행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유 청장은 이날 오후 3시 55분 프랑스 파리발 대한항공 KE902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직후 기자들에게 "남대문 화재현장을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인을 규명하고 복원 계획을 신속히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청 내 문화재연구소가 남대문 설계도면을 갖고 있어 복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론적으로 보면 남대문에 대한 방재관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오래된 목조 건물의 경우에는 화재발생 후 10분이 지나면 화재 진압을 포기해야 한다"며 "따라서 최초 서까래에서 연기가 났던 남대문의 경우에는 화재발생 후 10분 이내 현장에 소방당국이 출동해 있었는데 (불길이 잡히지 않고 남대문이 전소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준상 김병조 기자 chunjs@yna.co.kr (영종도.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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