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가능성 수사, 목격자 진술 엇갈려 수사난항
국보 1호인 숭례문 전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1일 밤 인천 강화도에서 용의자로 보이는 최아무개(7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최씨를 여러 용의자 가운데 한명으로 보고 조사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2006년 4월 “경기 일산에 땅이 있었는데 아파트가 들어설 때 토지 보상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불만이 있다”며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지른 적이 있다.
경찰은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사다리와 라이터 등을 근거로 방화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숭례문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 용의자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은데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엇갈려 수사가 난항을 겪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 보존 △주변 목격자 진술 확보 △주변 탐문수사 △주변 건물 등의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숭례문에 설치된 4대의 폐쇄회로텔레비전 가운데 2대는 정문과 후문을 비추고, 나머지 2대는 숭례문 안쪽을 비추고 있어 사람이 올라가는 장면은 찍혀 있지 않다”며 “화재에 대비해 1층 누각이나 계단 쪽에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설치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남대문시장 입구 등 인근에 설치된 다른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을 정밀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아무개씨 등 용의자를 봤다는 3명이 진술하는 인상착의가 각기 다른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은 방화가 아닌 전기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김 서장은 “아직까지 (방화) 한쪽으로 방향을 집중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정밀 감식 결과가 필수적인데, 이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오전 10시30분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방방재청, 문화재관리재단, 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 감식작업에 나섰지만, 건물이 거의 전소돼 원인 규명이 어려운데다 누각이 무너지며 현장을 덮쳐 정확한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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