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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분노표출’로 사회적 관심 끌기 위해?

등록 2008-02-12 09:58

숭례문 화재 사건의 유력 용의자 채아무개씨가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숭례문 화재 사건의 유력 용의자 채아무개씨가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재 모방방화 발생 가능성 우려
숭례문 방화범의 유력한 용의자 채모(70)씨는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과전문의와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방화 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문화재에 대한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에 대한 분노 표출 =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토지 보상문제가 잘못돼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소유의 경기도 일산 땅이 개발됐으나 보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땅을 팔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편지가 경찰에 의해 압수됐다.

일본 범죄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방화 동기로는 원한이나 분노가 가장 많으며 범행 은폐, 보험사기, 치정, 보험사기 등이 흔하다.

보험사기나 증거인멸 등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방화범죄는 쓰레기장이나 폐가 등 목격자가 없고 인명.재산 피해가 적은 곳에서 많이 일어난다.

이번 화재와 같이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구조물이나 공공건물 방화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크면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구조물에 방화를 함으로써 자신에게도 힘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나미 분석심리연구원 신경정신과전문의(심리분석가)도 "불은 분노, 자기과시 욕구를 드러내며 방화범 가운데는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노와 방화의 관련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국보 1호' 숭례문에 방화를 하고 지난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도 불을 지르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볼 때 알코올중독, 충동조절이 안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다른 질병이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남궁 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분노가 있다고 해서 남대문이나 창경궁에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며 "반사회적 인격장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상섭 국립법무병원장은 "알코올중독 금단현상으로 사찰에 불을 지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과 관련성 단정은 어려워 = 그러나 방화범이 특정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심리분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방화와 대부분의 정신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실제로 정신질환자들의 방화범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라는 것.

특정 정신과질환 가운데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불을 내는 질환을 '방화광(pyromania)'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화광은 불을 질러야 긴장이 완화되는 질환으로 매우 드물며 이들은 계속해서 방화를 저지르는 특성이 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소나타'의 주인공이 방화광의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이번 방화는 방화광의 범죄로 보기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자신의 불만 때문에 불을 지른 것이지 정신적 안정감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 불을 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방화광이 드문 질환이고 최근에는 습관적으로 방화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방화광의 범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방 방화 발생 가능성 경계해야 =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특정질환과 연결시키기보다는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나미 신경정신과전문의는 "자살과 마찬가지로 방화범죄도 모방성이 있기 때문에 유사한 문화재에 대한 방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범용 신경정신과 원장도 "방화는 특정 질환의 증상이 아니다"며 "방화범에 대한 억측보다는 모방방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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