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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화마’가 삼킨 숭례문에 시민 발길 이어져

등록 2008-02-12 16:52수정 2008-02-12 16:57

12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숭례문 화재현장에 국화꽃을 가져다 놓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숭례문 화재현장에 국화꽃을 가져다 놓고 있다. 연합뉴스
국보 1호 숭례문이 폐허로 변해버린지 이틀째인 12일에도 화재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커멓게 타버린 기둥과 기와조각만 어지럽게 널려있는 폐허속에서 지난 600년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기품을 자랑하던 숭례문의 옛 흔적을 찾아보려는 듯 시민들은 하루 종일 화재 현장을 찾았다.

현장 감식과 복원이 진행되는 동안 숭례문을 보호하기 위한 철제 가림막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숭례문 남쪽 잔디광장 주변으로도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지만 시민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숭례문의 폐허가 가림막 뒤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은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무너져 내린 숭례문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던 나재일(78)씨는 "우리의 국보 1호가 사라져버리고 나니 내 목숨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슬프다"며 탄식했다.

최근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임규철(57)씨는 "일본 오사카를 여행하고 돌아오니 숭례문이 불타고 있었다"며 "일본이 문화재를 잘 보존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혜영(72.여)씨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숭례문을 복원해야 한다"며 철제 가림막 설치를 중단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헌화를 하러 온 재미교포 김모(29)씨는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어지고 나니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알 것 같다. 한국의 정신이 무너진 것 같다"며 "미국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졌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숭례문이 무너졌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에는 한 20대 여성이 숭례문의 폐허 앞에서 하얀 소복을 입고 30여분 가량 살풀이를 추기도 했고 화가 공진모(54)씨가 숭례문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캔버스에 불탄 숭례문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공씨는 "화재 직전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숭례문이구나'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예전의 그 모습도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테고 지금의 이 불탄 모습도 잊혀지고 말텐데 이 모습을 잊지 않으려 그린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물어보던 일본의 한 방송사 취재진은 "일본에서는 문화재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며 화재 현장에서 주운 담배 꽁초들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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