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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철도재단, 무지분 상태서 ‘유령회사’ 인수

등록 2005-04-17 09:34수정 2005-04-17 09:34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과 전대월씨 간 `주식 양수ㆍ양도 계약서'는 철도재단의 유전사업이 얼마나 엉터리로 추진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철도재단이 러시아 유전인수 합작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지분을 사실상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개발에 뛰어들었는 데다 은행대출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의심케하는 부분이 이 계약서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페이퍼 컴퍼니(이름만 있는 유령회사)가 사업 주도 = 지금까지 철도재단은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 석유전문가 허문석 박사 등의 제안을받고 사할린 유전 인수를 추진하다가 작년 8월 17일 사업 전담업체로 KCO를 공동 설립하고 지분 35%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KCO의 주요 주주인 철도재단은 전씨와 권씨의 신용 문제 때문에 대출에 차질이빚어지자 같은해 9월 16일 전씨와 권씨의 주식 12만주(지분 60%)를 인수하게 됐다는것이 감사원의 감사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입수한 철도재단과 전씨 간 계약서를 보면 이런 `정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철도재단이 인수한 전씨와 권씨 지분은 60%가 아닌 95%(나머지 5%는 허문석 KCO대표가 보유)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도재단은 그 이전까지는 KCO 지분을 사실상 단 한주(株)도 법적으로보유하지 못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런 일이 초래된 것은 그로부터 한달전인 KCO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 간다.


자본금 10억원인 KCO의 설립은 이미 알려진 대로 전대월씨가 사채업자로부터 10억원을 빌려 납입했다가 법인등기를 마친 뒤 곧바로 인출해 되갚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철도재단은 자체 지분이 35%라고 하지만 그에 해당하는 자본금 3억5천만원을 납입하지 않았다.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뒤를 봐주고 있는 철도재단이 `거액'이라고할 수 없는 이 자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감사원은 "철도재단이 전씨의 주주대금 가장납입(假裝納入)을 알고도 시정요구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철도재단, 구체적으로는 철도재단의왕영용 이사장(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애초부터 전씨와 공모해 주금을 가장납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철도청이 이 사업을 정식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수행했다면 합작사인 KCO의 주금을 미납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KCO라는 `페이퍼 컴퍼니'는 법인 설립후 보름여만인 지난해 9월 3일러시아 유전사업자인 알파에코와, 페트로사흐(러시아 사할린-6 유전개발업체로 알파에코 자회사)의 주식 97.16%를 6천200만달러에 인수키로 한 계약을 했다.

연합뉴스는 왕 이사장으로부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재단사무실에 연락을 취하고 자택까지 방문했으나 왕 이사장를 만날 수 없었고 전씨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출 하자는 없나 = 러시아와의 유전인수 계약을 전후해 철도재단은 철도청의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신청을 했다.

우리은행은 철도재단이 보유한 KCO의 지분 35%에 대해서는 신뢰하면서도 전씨나권씨 등 나머지 주주들의 신용 문제를 거론, 대출을 미루다가 같은해 9월 15일 유전인수 계약금조로 650만달러에 대한 대출승인을 내준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철도청장 명의의 확약서(Letter of Comfort:신뢰각서)를 제출받아 놓은 상태라고 하지만 철도재단이 실제로 KCO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는지를면밀히 검토하지도 않은 채 대출승인부터 내준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철도재단과 거래했지 KCO와 거래한 적 없다.

철도재단이 KCO 지분을 모두 자기들이 인수하고 그에 따른 행정절차는 W 법무법인에서 할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철도재단이라면 믿을 수 있어 오케이(OK)했다"며 대출절차상 하자를 부인했다.

철도재단은 대출승인을 받은 다음날 전씨로부터 KCO 전체주식 20만주의 77%인 15만4천주, 권씨로부터는 32%인 3만6천주 등 95%의 주식을 인수하고, 대표이사를 전씨에서 허문석씨로 교체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을 보면 허씨의 KCO 지분은 5%인 것으로 되어 있지만 허씨본인은 연합뉴스와의 두차례 전화인터뷰 등에서 "나중에 지분이 5%에서 0.1%로 줄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철도재단은 전씨 등으로부터 주식인수를 할 즈음에 KCO의 지분 99.9%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비밀유지는 왜? = 계약서에 보면 6번째 항목에 `비밀유지' 조항이 나온다.

조항은 `전대월이 이 계약의 체결 사실 및 그 내용과 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취득하게 된 재단에 관한 모든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야 하며, 재단의 동의없이 이를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주식 양수ㆍ양도 계약 체결 사실뿐 아니라 철도재단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드러나서는 안될 비밀로 묶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밀유지 조항을 둔 이유는 철도재단이 전씨에게 인수한 주식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 외부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42%가 아니라 77%였고, 철도재단은 그때까지 법적 지분이 한주도 없었다는 점 등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철도재단이 주식 인수 명목으로 전씨와 권씨에게 84억, 36억원을 각각 지급키로했다는 점도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의혹과 허점투성이인 철도청의 유전 사업의 실체를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이 계약서를 통해 나타난 다양한 의문점들을 풀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설명 =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글자 그대로 물리적 실체가 없이 서류 형태로만존재하는 회사. 사업활동에서 나오는 소득과 기타 합산소득에 대한 세금을 절감하는한편 기업활동 유지로 소요되는 제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설립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돈세탁(머니 론더링)을 위해서 설립되기도 한다.

케이맨 군도,버진 아일랜드 등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세도피지(Tax Haven)에 주로 설립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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