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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문화재가 ‘동네북’인가

등록 2008-02-12 19:32수정 2008-02-12 19:35

최근 주요 문화재 파손 일지
최근 주요 문화재 파손 일지
사회불만 분풀이로 불태우고 부수고…
주인 없고 경비도 허술해 범행 노출
문화재가 ‘만만한’ 분풀이성 사회불만 범죄나 테러의 1순위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번 숭례문 화재 역시 토지보상 불만 때문에 불을 지른 방화사건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문화재가 분풀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앞서 2006년에는 20대 남자가 수원화성 서장대에 불을 질러 목조 누각이 소실됐고, 지난해 2월에는 한 종교 신자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사적 삼전도비에 붉은 페인트로 ‘철거’란 글씨를 써 훼손했다. 서장대에 불을 지른 안아무개(24)씨는 당시 카드빚 등을 고민하다 술을 마시고 홧김에 방화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고, 삼전도비를 훼손한 백아무개씨는 “정치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경각심을 위정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일을 벌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특히 이들 문화재 파괴범들은 1회성이 아니라 일삼아 문화재를 파괴하려 했거나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아무개씨는 앞서 2006년 창경궁 문정전에도 불을 질렀고, 삼전도비 사건을 일으킨 백씨도 경기 파주 인조 묘지 앞 사당을 훼손하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회불만형 방화나 홧김형 파괴 대상으로 주로 문화재가 희생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유명한 소재이면서 주인이 따로 없고 경비가 허술해 범행을 저지르기 손쉽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10일 긴급 문화재위원회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고건축 전문가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사람이 생활하지 않는 지방의 전통 건축물들에 방화사건이 벌어진 일이 최근에도 여럿 있었다”며 “문화재 방화는 이제 범사회적으로 대처해야 할 수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화재 파괴를 저지른 범인들은 대부분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저항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불만을 사회를 향해 터뜨리려는 경우 자기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일수록 효과적이고, 특히 상대적으로 범행이 쉽고 파괴해도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없거나 적은 문화재가 방화대상으로 더욱 끌리게 되는 것이다.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씨도 “열차나 대중교통 수단을 대상으로 테러를 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인명 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런 행위가 소외된 현대인의 불안에서 비롯된 현상이란 해석도 있다. 김정운 명지대 교수(문화심리학)는 “사회가 익명성이 강해지면서 익명성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익명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존재하게 된다”며 “문화재 파괴행위는 이런 불안감으로 자기 존재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려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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