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적심에 불붙은 경위는
채아무개(70)씨가 숭례문 누각 2층 바닥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진술함에 따라, 불이 지붕 속 ‘적심’(통나무)에까지 옮겨붙은 경위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소방당국은 “적심에 불이 붙어 물을 뿌려도 진화가 안 됐다”고 말해 왔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마룻바닥의 널빤지 사이의 홈이 더 많이 탔고, 누각 2층에 그을린 흔적이 있어 바닥에 불을 질렀다고 보고 있다”며 “이 불이 옆에 놓여 있던 시너가 든 페트병들이 폭발해 건물 전체로 순간적으로 번졌는지, 불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와 적심으로 옮아갔는지는 조사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채씨는 바닥에 불을 붙인 뒤 곧바로 내려와 불이 어떻게 번졌는지 모른다고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고건축물 전문가인 양윤식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숭례문 누각의 2층 천장 높이가 3m 남짓 돼, 아래서 타는 불꽃이 서까래까지 닿으려면 불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며 “서까래가 타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이 안쪽으로 들어가 적심으로 옮겨 붙는다”고 말했다.
시너 폭발로 순간적으로 지붕 쪽으로 불이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안전방재연구소 교수는 “방화 위치 등을 확인해 봐야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 않거나, 밀폐된 공간일 경우 뜨거운 열기가 올라가 먼지나 인화성 물질에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화재조사팀 관계자는 “일단 바닥에서 시작된 불이 기둥을 타고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현장 감식이 끝나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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