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이 12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찾은 라이터와 접이식 사다리, 용의자 채아무개씨 집에서 발견된 시너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화 피의자 범행 동기는
“4억짜리 집 1억에 강제철거…수차례 진정도 수포”
두달전 “억울” 편지…술 안마시고 친한 이웃 없어 숭례문 방화 사건은 정신병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이 누적된 피해의식의 출구를 찾지 못하다 결국 국보 1호에 방화함으로써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 채아무개(70)씨는 토지수용 보상금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사회적 불만으로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채씨는 1997년 20여년 살던 경기 고양시 일산 집과 땅이 아파트 건축 터로 수용될 때 건설회사에 4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채씨한테 9600만원을 제시했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채씨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고, 이어 고양시청과 대통령 비서설 등에 제기한 민원도 모두 허사로 끝났다. 채씨는 지난해 12월 편지지에 쓴 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4억원 시가의 집이 없어진 대신 1억도 못 되는 공탁을 걸고 강제로 철거당했다. 나는 정부에 억울함을 수차례 진정했으나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채씨는 가족들한테 토지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계속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또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 출입문에 불을 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창경궁에 놀러 갔다가 불난 (곳에) 가까이 있다고 해 아무 증거도 없는데도 방화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채씨의 변호인은 “방화 현장을 본 목격자가 있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부탄가스 네 통을 채씨가 사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도 있었다”며 “증거들이 확실해 채씨 가족들도 ‘부인해 봐야 소용 없다. 인정하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채씨의 글에는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을 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다. 자식이라도 (내가)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대목도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소외감’도 내비치는 부분이다. 채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전 부인 이아무개씨와 함께 생활하며 마을 사람들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종찬욱(57)씨는 “채씨는 친한 동네 사람도 없고, 술도 안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채씨는 정신병력이 없으며, 정신적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채씨가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피해의식이 굉장히 많아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풀 길이 없어 보복 행위로 방화를 한 것 같다”며 “방화 대상으로 문화재를 선택한 것은 공공의 귀중한 보물이니 공공에게 어떤 반항을 하고 불만을 표현하는 경로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은 “대부분 방화사건은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두달전 “억울” 편지…술 안마시고 친한 이웃 없어 숭례문 방화 사건은 정신병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이 누적된 피해의식의 출구를 찾지 못하다 결국 국보 1호에 방화함으로써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 채아무개(70)씨는 토지수용 보상금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사회적 불만으로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다. 채씨는 1997년 20여년 살던 경기 고양시 일산 집과 땅이 아파트 건축 터로 수용될 때 건설회사에 4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채씨한테 9600만원을 제시했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채씨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고, 이어 고양시청과 대통령 비서설 등에 제기한 민원도 모두 허사로 끝났다. 채씨는 지난해 12월 편지지에 쓴 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4억원 시가의 집이 없어진 대신 1억도 못 되는 공탁을 걸고 강제로 철거당했다. 나는 정부에 억울함을 수차례 진정했으나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채씨는 가족들한테 토지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계속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또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 출입문에 불을 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창경궁에 놀러 갔다가 불난 (곳에) 가까이 있다고 해 아무 증거도 없는데도 방화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채씨의 변호인은 “방화 현장을 본 목격자가 있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부탄가스 네 통을 채씨가 사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도 있었다”며 “증거들이 확실해 채씨 가족들도 ‘부인해 봐야 소용 없다. 인정하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채씨의 글에는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을 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다. 자식이라도 (내가)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대목도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소외감’도 내비치는 부분이다. 채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전 부인 이아무개씨와 함께 생활하며 마을 사람들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종찬욱(57)씨는 “채씨는 친한 동네 사람도 없고, 술도 안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채씨는 정신병력이 없으며, 정신적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채씨가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피해의식이 굉장히 많아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풀 길이 없어 보복 행위로 방화를 한 것 같다”며 “방화 대상으로 문화재를 선택한 것은 공공의 귀중한 보물이니 공공에게 어떤 반항을 하고 불만을 표현하는 경로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은 “대부분 방화사건은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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