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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주민들 농사 잘 짓게 뒷바라지할 터”

등록 2008-02-12 19:54

재중동포 출신 첫 여성 마을이장 박복순씨
재중동포 출신 첫 여성 마을이장 박복순씨
재중동포 출신 첫 여성 마을이장 박복순씨
“아직 아무 한 일도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치켜세우니까 너무 부끄러워요.”

재중동포 출신 박복순(44·사진)씨가 최근 마을 주민들의 추천으로 경남 함안군 함안면 대산리 금천마을 이장에 임명됐다.

금천마을에는 21가구 60명이 살지만 여느 농촌마을처럼 대부분 노인들이라, 지난해 말 마을회의를 열어 마을의 유일한 외국 출신 주민이지만 가장 젊은 축에 드는 박씨를 임기 2년의 새 이장으로 뽑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박씨가 이장에 선출된 것은 젊기도 하지만, 억척스럽고도 모범적인 모습이 마을노인들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헤이룽장성 우싱촌 출신 “도시 싫다” 고집
함안군 대산리 금천마을 정착 ‘억척 농군
회사원 남편과 주말부부…홀로 아들 키워

박씨는 중국 헤이룽장성 하이린시 우싱촌 출신으로 이회근(52·회사원)씨와 결혼하면서 1998년 한국에 들어와 금천마을에 정착했다. 남편이 경남 창원시에서 살자고 했지만, 박씨는 “도시는 싫고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고향 삼아 살고 싶다”며 남편의 고향인 금천마을에서 ‘우싱댁’으로 불리며 살아왔다. 그는 지난해 2월 남편 이씨가 인천으로 발령받아 가는 바람에 현재는 혼자서 아들 민곤(8)군을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다.

논 10마지기와 깨·콩 농사, 소 7마리 사육까지 모두 혼자서 하고 있다. 봄에는 병아리도 100~150마리 정도 사서 키울 계획이다.


“어려서부터 논농사를 지었는데, 농약 치는 방법과 수확하는 시기만 조금 다를 뿐 고향에서 하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아 특별히 힘든 것은 없어요.”

정작 박씨가 힘들어 하는 것은 온갖 외국어와 뒤섞인 우리말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모의 고향이 전남 구례군인데다 한글 정규 교육을 받아 한국에서 의사 소통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텔레비전이나 사람들의 입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영어와 일본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박씨는 “처음 하는 일이라 무엇부터 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고, 남편도 ‘잘 할 자신이 있느냐’고 걱정하더라”며 “일단은 농사직불제, 종자 신청, 매상 등 주민들이 농사짓는 데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민영길 함안면 부면장은 “마을주민들이 박씨를 이장으로 추천했을 때는 어리둥절했고, 임명하기까지 한동안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누구보다 마을을 위해 열성적으로 일하고 마을주민들도 만족스러워하니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함안/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사진 함안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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