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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출 효자 품종 씨말리나 ‘농진청 폐지’ 화난 농민들

등록 2008-02-12 21:05

선인장 재배 농민인 김건중씨가 12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수출용 선인장을 포장하며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선인장 재배 농민인 김건중씨가 12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수출용 선인장을 포장하며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선인장·딸기·장미 등 “세계 경쟁력 갖췄는데”
기술지원 등 끊기면 일·중 틈바구니서 ‘고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농촌진흥청(농진청) 폐지 방침이 나오면서 개방화 파도에 맞서 국제적인 경쟁력으로 ‘수출 효자’ 노릇을 해 온 선인장과 딸기, 장미 등 ‘첨단농업’이 위기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품종들은 농진청의 연구와 기술지원으로 농가에 보급돼 일본 등 선진국과 경쟁은 물론 중국의 저가 공세 틈바구니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다. 그러나 앞으로 농진청의 기술지원이 끊기면 ‘첨단농업’도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 세계 최대 수출국도 흔들=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14년째 선인장을 키우는 김건중(41)씨는 지난해 80만달러어치의 접목 선인장을 해외로 수출했다. 손가락 크기만한 선인장을 무려 컨테이너 100대 분량이나 수출한 것이다. 1994년 수출액 3만달러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김씨는 12일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지만 생산량이 딸리는 바람에 수출 오더의 65%만 선적한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관상식물인 접목 선인장은 꽃 색깔이 화려하고 품종도 다양해 지난해 20개국에 250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세계시장 점유율 80%로, 한국이 세계 최대 접목 선인장 수출국이 된 데에는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선인장 연구회’ 이왕수(54) 회장은 “90년 초에는 빨간색 일색의 일본 품종을 들여와 증식했지만, 농진청 원예연구소가 다양한 색상과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78개의 국산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면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길이 트였다”고 말했다. 국산 품종의 다양성과 우수성이 일본은 물론 뒤늦게 저가 경쟁에 나선 중국까지 따돌린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농진청 연구 지원이 끊겨 농가가 직접 품종 개발에 나서려면 품종 1개에 5∼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커 국내 접목 선인장 농업은 결국 일본과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로열티 부담 늘어난다=전북 장수군 장수읍 송천리에서 장미 18만 그루를 생산하는 정화영(51)씨는 품종 사용료(로열티)가 없는 농진청 육종 품종을 해마다 늘려 전체의 10%를 국산 장미로 바꿨다. 반면 나머지 90% 외국산 품종에 로열티를 내는 정씨는 “1포기당 1달러씩 연간 4천만~5천만원이 들어간다”며 “에프티에이 등 수입 개방에 대비하려면 고유 품종을 확보해야 하는데 농진청이 없어지면 국산 품종을 늘려나갈 방법이 없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딸기의 경우 전남 담양, 충남 논산, 경남 밀양·진주 등 전국에서 6800㏊가 재배되는데, 65.5%가 일본종이고 34.6%가 국내종이다. 만약 국내 품종 개발이 끊기면 2010년부터 1㏊에 100만원씩 한 해 45억여원을 품종 사용료로 내야 한다.

담양의 와우딸기 작목회장 기세출(47)씨는 “로열티 지급에 대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내종 ‘설향’으로 품종을 바꾸는 과정”이라며 “품종개발, 종묘분양, 병해방제 등을 돕던 농진청의 전문인력이 갑자기 손을 떼면 개방의 파고에 개별 농가가 대처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2006년 로열티로만 장미 76억여원, 국화 10억여원, 난 27억여원 등 124억원이 지급됐고 올해는 160억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원·광주·전주/홍용덕 안관옥 박임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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