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전 청장 진술…이의원 “정상곤씨 승진부탁” 시인
부하 직원한테서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군표(54) 전 국세청장이 법정에서 이광재(43)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서 인사청탁을 받았다고 밝혀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12일 “전 전 국세청장을 곧 불러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인사청탁 과정에 돈이 오갔는지 범죄 행위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차장검사는 이어 “애초 전 전 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할 때 이 의원의 인사청탁과 관련한 첩보가 있어 조사를 했으나 (전 전 청장이) 진술을 거부했다”며 “일단 입을 연 이상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전 전 청장은 지난 1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공판에서 “정상곤(54·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국회의원을 통해 인사청탁을 했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2006년 하반기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아무개 의원이 만나자고 해 나갔더니 ‘정씨를 1급으로 승진시키거나 부산청장으로 남도록 해 달라’고 강하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에게) 정씨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장인과 친척인데 내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앞선 부산청장 3명이 모두 1급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지역 안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씨는 돈이나 줄이 닿아야 승진이 가능하다고 믿는 듯 하지만, 돈은 아니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변호인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정 전 부산청장에게 1억원을 준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씨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는 서울이나 중부국세청장으로 가기 어렵다. 이 의원을 통해야 한다’고 정 전 청장에게 조언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씨의 승진을 부탁했으나 전 전 청장이 냉정하게 거절했다”며 “누군가로부터 인사 부탁을 받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임석규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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