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체 기소한 설탕ㆍ합성수지 업체 등 공소기각
업체들이 담합을 했다 해도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자진신고를 이유로 고발하지 않은 업체들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공범 중 일부가 고소되면 다른 공범에게도 고소 효력이 미친다는 `고소불가분의 원칙'을 들어 고발의 경우에도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며 공정위가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던 자진신고 업체들을 기소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15년간 설탕 유통량과 가격 담합으로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삼양사와 대한제당에 각 1억5천만원과 1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자체 조사과정에서 자진신고를 이유로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가 검찰이 `고발불가분의 원칙'을 들어 기소한 CJ 등 3개 업체와 이들 법인의 임원 1명씩에 대해서는 공소 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합성수지 가격 담합에 가담했으나 같은 이유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았다가 검찰이 약식기소한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 및 이 업체들의 임원 2명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해 모두 공소 기각 판결했다.
합성수지 가격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고발했던 대한유화공업과 LG화학, SK, 효성 등 4개 회사와 범행을 주도한 각 회사 소속 전ㆍ현직 영업당당 임원 4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삼양사와 대한제당을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고발불가분의 원칙'에 대해 "고발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누락된 행위자에 대해서는 고발권자의 소추의 의사표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행정기관이 법률에 규정된 전속고발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법인만을 고발대상자로 명시하고 그 대표자나 행위자를 고발하지 않거나 공범 중 일부 행위자만을 고발하고 나머지 행위자를 고발하지 않은 경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대상에 대해 고발권자의 소추의 의사표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형소법상 고발은 고소에 관한 일부 조항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고소의 불가분'에 관한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지 않고, 전속고발처럼 `처벌과 직결되는 소송조건'에 대한 유추적용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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