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멸종위기생물 58종 생존 위협”

운하저지국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부운하 건설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멸종위기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하저지국민행동 “생태계 보호지역 416㎢ 파괴 예상”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운하저지국민행동은 13일 서울시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부운하 건설이 강행되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생물 중 58종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이날 `경부운하 건설로 인한 생태계 피해 예측 보고서'를 발표하고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수달과 삵 등 포유류 2종, 저어새ㆍ검독수리ㆍ고니 등 조류 40종, 돌상어, 꼬치동자개 등 어류 8종, 남생이ㆍ표범장지뱀 등 파충류 2종, 가시연꽃 등 식물류 1종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ㆍ식물 58종이 서식처를 읽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제2차 자연환경조사', `전국 내륙습지 자연환경조사'(이상 환경부 2002년 발간), 환경부와 UNDP가 공동 발간한 `낙동강유역 습지보호지역 확대를 위한 정밀조사'(2006년 발간) 등 정부가 발간한 6개 문헌를 바탕으로 경부운하 예정 건설지의 생태계 현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운하가 건설되면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정체되는 호소화 현상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특히 어류가 입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이 이어지면 각기 다른 종 사이에 교잡이 생겨 각각 유전자 다양성의 상실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어류로 1급 멸종위기동물인 흰수마자와 얼룩새꼬미꾸리는 운하 공사로 인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며 "운하 건설이 조류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조류 13종 중 10종이 서식처를 잃게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운하 건설이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운하 건설 예정지의 상당부분이 정부가 그동안 특별히 관리해온 보호구역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부운하 건설로 습지보호지역 103.4㎢, 생태경관보전지역 34.6㎢, 천연기념물보호구역 255.6㎢, 야생동식물보호구역 22.6㎢, 산림유전자보호림 0.018㎢ 등 총 416.3㎢가 직ㆍ간접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여의도 면적 8.4㎢의 49.6배에 해당할 정도로 넓은 지역이다"고 덧붙였다.

국민행동은 "운하 건설시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준설작업을 진행하면 강 하구 식물 군락이 사라지고 이곳에 의존해 먹이를 구하는 어류와 조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편, 강변을 서식지로 삼는 수달 같은 동물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갑문의 설치는 생물의 이동통로를 막아 개체군의 고립을 초래하고 배후 습지의 수위 변화에도 영향을 줘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규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