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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문화재의 ‘족보’ 정밀실측 보고서

등록 2008-02-13 16:56

이번 화재로 숭례문이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됐음에도 문화재청이 즉각 원형 복원을 자신한 것은 최근에 작성된 정밀 실측보고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족보'라고도 볼 수 있는 정밀 실측보고서는 이번과 같은 불의의 사고가 있을 때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귀중한 자료인 만큼 이번 기회에 문화재에 대한 실측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벽돌 개수까지 나온 숭례문 보고서 = 서울 중구청이 2006년 7월 작성한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에는 숭례문 각 부분에 대한 세밀한 실측 결과가 다양한 도면 및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당시 국비와 지방비를 7대 3의 비율로 투입해 실시한 실측 조사 사업은 2004년 12월에 용역 계약을 맺고 착수해 2005년 4-6월 실측 조사를 실시했으며 9-10월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다.

중구청이 문화재 관련 기관 등에 배포한 이 보고서에는 각 부분의 치수가 ㎜단위로 기록돼 있고 기와와 단청의 문양, 부재의 성분도 자세히 담겨 있다.

특히 석축 부분 돌 하나하나에까지 번호를 붙여 치수와 성분을 기록했으며 시료의 현미경 사진과 레이저 스캐닝 사진 등도 수록됐다.

나이테 측정을 통해 사용된 목재의 연륜연대(나이테연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숭례문 창건 당시인 1300년대 벌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부터 1400년대, 1800년대, 1900년대에 벌목된 목재들이 골고루 발견됐다.

당시 숭례문에 쓰이고 있던 부재 33점과 1960년대 제거해 저장하고 있던 옛 부재 중 35점 등 총 68점의 연륜연대 분석 대상 중 총 3점이 1300년대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중 한 점은 화재 전까지도 숭례문 기둥으로 쓰이던 것이었다.


조사를 담당했던 박원규 충북대 교수는 "당시 조사에서는 목재 전체를 가지고 연대 조사를 실시하지는 못했다"며 "이미 숯으로 변한 목재라도 연륜연대 측정이 가능한만큼 화재 후 남은 목재에 대해서도 성분과 연대 조사 등을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정밀 실측조사 확대해야" =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멸실이나 훼손에 대비해 1999년부터 국보와 보물 등 중요 목조문화재에 대한 정밀실측 조사를 연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999년 밀양 영남루, 강릉 해운정, 쌍계사 대웅전, 경주 향단, 고창 창당암 대웅전 등 보물 5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보 9건, 보물 44건에 대한 정밀실측을 실시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체 국보, 보물 목조문화재 143건 중 37%에 해당한다.

한해 4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3-4건에 대한 정밀실측을 실시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이번 숭례문의 경우처럼 문화재청 차원이 아니라 관리기관인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국비 지원을 받아 실측조사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아직까지 정밀 실측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은 중요 목조 문화재가 태반인 현실이다.

숭례문의 경우도 2006년에 발간된 보고서 없이 1960년대 수리보고서만 바탕으로 복원에 나서야 했다면 복원 과정에 큰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문화재 정밀실측 조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문화재 실측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아울러 문화재청도 실측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만 할 것이 아니라 PDF 파일 형태로 인터넷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일반에 공개해서 이번처럼 소방당국이 도면을 확보하지 못해 초기 진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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