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가상 소방훈련
30분 지나 현장 도착…굴절 사다리차 접근 애먹어
불국사-국보 운반 어려워 큰불 나면 ‘속수무책’
풍남문-소화기 4대뿐…개방돼 있으나 관리 허술
불국사-국보 운반 어려워 큰불 나면 ‘속수무책’
풍남문-소화기 4대뿐…개방돼 있으나 관리 허술
지난 11일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가상 소방훈련이 벌어졌다. 법주사는 국보 55호 팔상전, 보물 915호 대웅보전, 보물 916호 원통보전, 천연기념물 207호 망개나무 등 60여점의 중요 문화재를 지닌 보물창고다.
법주사와 25㎞ 떨어진 청주동부소방서 보은119안전센터가 굴절 사다리차 등의 장비를 갖추고 급히 출동했다. 현장 도착은 30분이 지나서였다. 법주사 경내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좁아 시간이 더뎌졌고, 가상 훈련이라 교통신호를 지키다보니 평소의 18~20분보다 조금 더 걸렸다.
소방 통로로 쓰는 법주사 오른쪽 터진 담장 출입구(4~)가 좁아 12.에 이르는 굴절 사다리차가 두세 차례 전·후진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불이 난 팔상전에 다다랐다. 법주사에 도착하고서도 출입구가 좁아 2~3분이 더 걸린 것이다.
목조 건물인 팔상전은 높이 22.6m, 면적 149㎡, 대웅보전은 높이 19m, 면적 271㎡로 펌프차나 소화전으로는 접근조차 어려워 굴절 사다리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팔상전 가상 진화 훈련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현판이 걸린 정면과 좌우측 진화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뒤편은 국보 5호 쌍사자석등 때문에 작업 공간이 좁아 굴절 사다리차가 진화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다.
정창환 보은119안전센터장은 “법주사 팔상전, 대웅보전 등 문화재는 규모가 큰데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굴절 사다리차 등 장비 접근조차 쉽지 않아 큰불이 나면 속수무책”이라며 “먼저 출입구인 담장을 1m 정도 더 허물어야 출입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경주 불국사에서도 가상 화재진압 훈련이 진행됐다. 이곳에선 국보 26, 27호인 금동비로자나불좌상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이 불이 나면 운반이 어려워 완전 소실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전북 전주의 남대문인 풍남문(보물 308호)도 이날 소방훈련을 벌였다. 김화성 전주완산소방서장은 “보물급 문화재인데도 소화기가 넉 대밖에 없어 앞으로 두 배 이상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방돼 있다보니 시민들이 잠을 자고 노는 등 문화재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풍남문이 오래된 건물이어서 화재 때 쉽게 탈 우려가 있으므로 초동진압을 위해서는 상가 주변 의용소방대원의 훈련을 강화해 화재 진압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를 비롯해 중요 목조문화재 124곳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건물이 산속 깊은 곳에 있고 길이 좁아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보급 건물은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등 대부분이 사찰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또 전북 전주의 남대문인 풍남문(보물 308호)도 이날 소방훈련을 벌였다. 김화성 전주완산소방서장은 “보물급 문화재인데도 소화기가 넉 대밖에 없어 앞으로 두 배 이상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방돼 있다보니 시민들이 잠을 자고 노는 등 문화재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풍남문이 오래된 건물이어서 화재 때 쉽게 탈 우려가 있으므로 초동진압을 위해서는 상가 주변 의용소방대원의 훈련을 강화해 화재 진압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를 비롯해 중요 목조문화재 124곳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건물이 산속 깊은 곳에 있고 길이 좁아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보급 건물은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등 대부분이 사찰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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