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집행 차 온 관광버스 두 대와 승용차 들 ⓒ 한겨레 블로그 푸름살이
우리 고장 군청 사무실이 텅 빈 하루였다. 엄연히 수요일이니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를 봐야 할 시간에 군청 직원 100여 명이 우리 면 사무소로 집결한 것이다. 우리 면 사무소에서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 골프장 건설업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다.
그들은 공무집행 버스 두 대를 타고 왔다. 모두 감청색이나 검은 작업복 복장이었다. 골프장 개발에 따른 주민 설명회에 골프장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우리 마을 주민 대신 군청 공무원들이 주민 행세를 하며 몽땅 참석한 것이다. 정작 우리 마을 남여 노소는 면사무소 이층 회의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면사무소 마당에서 추위에 돌돌 떨어야 했다. 공무원들과 건설업체 남자들이 출입문을 겹겹이 막아서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면 주민에게 의무적으로 건설업체에서 내 놓은 용지에 주소와 이름을 적고 들어가라는 것이다.
외지 사람이 봤다면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골프장 건설 업체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
우리 마을 주민의 반대로 두 번이나 무산되었던 골프장 주민 설명회를 완결시키기 위해서 군수와 담당공무원과 골프장 건설업체가 결탁하여 벌인 기막힌 광경이었다. 공무집행 군청 버스에 타고 온 아줌마들 역시 읍내에서 모집하여 데려왔다고 했다.
결국 그들은 우리 주민이 아닌 공무원을 모아놓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면사무소를 나갔다. 골프장 건설업체에서 선발되어 온 건장한 남자들과 공무원들은 우리 마을 주민처럼 면사무소 이층 회의실을 차지하고 앉아 설명회를 마쳤던 것이다. 그들은 공무집행 버스를 타러 가면서 투덜거렸다. 점심도 못 먹고 이게 무슨 꼴이냐면서.
골프장 반대 입장인 우리 마을 주민 95% 역시 몽땅 집을 비우고 면사무소에 집결했었다. 낮 12시부터 오후 3시가 넘도록 면사무소는 업무가 마비되었다. 공무원과 건설업체 사람들과 몸싸움이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우리 마을 주민이 다쳐서 119를 불러 병원으로 후송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놈들아, 니 놈들은 에미 애비도 없냐? 오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치느냐!”
화가 솟구친 노인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참으로 기막힌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법을 통과하려면 분명 반지르르한 윤활유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 기름값도 비싼데 누구의 개인 계좌가 두둑해 졌을까.
골프장 반대 추진위원회에서 도청 감사실에 민원 접수를 했다. 공무원들이 군청 자기 사무실 업무는 뒷전이고 몽땅 자리를 비우고 건설업체 사람들의 앞잡이가 되어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공무원이 근무태만에 무단이탈은 징계 감이자 좌천의 소지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부추긴 군수 역시 주민소환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어찌 모를 리 있으랴.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면사무소 옥상까지 주민들의 입장을 막고 선 공무원과 업체 사람들 모습ⓒ 한겨레 블로그 푸름살이
“이놈들아, 니 놈들은 에미 애비도 없냐? 오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치느냐!”
화가 솟구친 노인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참으로 기막힌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법을 통과하려면 분명 반지르르한 윤활유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 기름값도 비싼데 누구의 개인 계좌가 두둑해 졌을까.
주민은 전혀 참석도 못한 채 저들끼리 주민 설명회 끝내고 유유히 멀어져 가며 배 고파 죽겠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 한겨레 블로그 푸름살이
골프장 반대 추진위원회에서 도청 감사실에 민원 접수를 했다. 공무원들이 군청 자기 사무실 업무는 뒷전이고 몽땅 자리를 비우고 건설업체 사람들의 앞잡이가 되어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공무원이 근무태만에 무단이탈은 징계 감이자 좌천의 소지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부추긴 군수 역시 주민소환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어찌 모를 리 있으랴.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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