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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유홍준에 대한 손가락질, 꼼꼼히 따져보고 하자

등록 2008-02-14 15:46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사직서를 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사직서를 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숭례문 화재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설연휴기간을 끼고 계획했었다는 출장을 놓고 역시나 말이 많았다. 문화재청의 수장으로써 문화재의 유지/관리와 관련된 Risk 관리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니 업무상의 방임이나 배임같은 문제를 떠나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그리고 출장이던 휴가던 문제가 있었다면 응당 욕을 먹는 것도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런데 숭례문 화재와 공교롭게 걸쳐져 문제가 된 그의 출장과 관련해 퍼부어진 언론이나 정치권의 공격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시원하기는 커녕 젖은 내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찜찜하다. 좀전에 보도된 뉴스로는 뇌물죄 적용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내가 영업 부서에서 일을 하던 시절, 유럽에 소재한 그룹 관계사가 담당거래선이었다. 2004년에 헝가리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당시 출장을 갔을 때 거래선에 미팅을 하고 돌아왔는데 현지의 파트너가 저녁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따라나섰는데 호수 너머러 오래된 성당이 고즈넉히 보이는 고급 식당에 가서 세명이 8개나 음식을 시켜 밥을 먹고 맛과 재료, 모양 등에 대해 Report를 하는 일이었다. 나에게 떨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나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나의 파트너에게 떨어진 일이라 나까지 덩달아 가게 된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사장님이 출장을 오는데 식단을 정하기 위함이었다. 사장님의 출장 직전에 그룹의 왕회장이 다녀가느라 그룹에서 사람들이 출장을 와서 사전조사를 했다는데 같은 식당을 가는 것이 좀 그래서라는 같이 간 현지 영업의 다른 여사원의 첨언도 있긴 했지만, 그 비싼 식당에서 가지가지 시켜놓고 입은 호사를 하고 있었지만, 기분은 "참 가지가지하는구나" 싶어 그닥 좋지 않았다. 그 날 밥을 먹으면서, 나중에 다른 현지 간부들과 밥을 먹으면서 줏어들은 이야기들은 그보다 훨씬 강도가 쌨는데, 사장(인지 회장인지는 가물가물한데)이 허리가 안좋아 호텔의 매트리스를 갈도록 했다느니 아얘 침대를 바꾸도록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부터 사장님이 미국에서든 유럽에서든 밤에 삼계탕이던 설렁탕인지를 먹고 싶다고 해서 공항에서 사 간 냉동조리식품을 호텔에서 부르스타로 조리해서 영전했다는 둥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었다. 그무렵 아테네 올림픽 직후 그룹총수의 의전을 두고 독일의 한 아르바이트생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가 다른 이슈에 슬그머니 묻혀져 사라진 일이 있었는데, 나는 그 글을 직접 읽진 못하고 듣기만 했지만 충분히 그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내가 했던 직간접적인 경험, 그것도 총수보다 아랫물인 사장이 한번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의전도 상상초월의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구?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프랑스 루브르에 한국어 설명기가 대한항공의 협찬으로 들어오게 된 기념식에 참석하는 출장을 갔는데 지금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이야기 쟁점이 ①설연휴를 낀 8박9일의 일정이었다는 것과 ②부인을 동반했으며 ③출장경비가 1600만원이나 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뇌물죄 운운하는 것도 1000만원 이상을 민간에서 협찬받은 것은 문제라는 뭐 그런 주장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위에서 내가 주절거린 내가 겪은 의전같은 것이 동반됐는지야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을 해봤다. 우선 유럽을 왕복하면 기본적으로 이틀은 이동시간으로 버리는 시간이다. 엄밀히 말하면 출장기간이 7일이란 말이 되는데, 설연휴를 끼고 움직였으니 문화재청장이 외유를 7일 다녀온 것은 아닌 셈이다. 루브르에 소장된 우리 문화재가 아직 상당부분있으며 나도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웬만한 언어로 된 설명기가 다 있는 글로벌한 관광공간인 루브르에 한국어 설명기만 없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는 면도 적지않았다. 그런면에서 문화재청장이 참석할만한 가치는 있었다는 쪽으로 생각이 든다. 부인의 동행은 그 이유나 관례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몰라 판단이 좀 모호하지만. 그렇다면 남는 것은 출장비인데, 한번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대기업 간부 이상만 되도 장거리노선은 비지니스석 이상을 타고, 이런 출장용도의 티켓을 할인항공권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에서 비지니스 석으로 자리를 제공했다면 인당 비용이 300만원 이상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통상 기업에서 출장을 가도, 일반적으로 숙박비가 하루에 10만원 이상이 든다. 사장 정도가 움직이면 잘은 몰라도 20~30만원 하는 곳이 아니라 50~60만원은 하는 곳에서 자지 않았겠는가?(음..내가 좀 통이 작아서 더 쎄게 못부르겠다) 8박이라면 50만원씪 잡아서 400만원이 든다. 문화재청장 1인만 움직여도 기본적으로 식비나 다른 부대비용을 제외한다고 봐도 700만원이 비행기값과 숙박비로 협찬이 되는 것이다. 1600만원의 용도나 적용범위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통상 그런 류의 행사에 외빈으로 참석시 부부동반을 해왔고 국적기의 비지니스석을 원가로 계산하고 외빈으로서의 품위에 적절한 호텔에서 과도하지 않은 범주의 숙박을 했다는 전제로 그 1600만원이 부부동반에 들어간 돈이라면, 1600만원은 실질적인 계산을 산출한다면 오히려 의전비는 빠진 공무원 수장의 출장비 수준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끄러운 언론의 보도들을 들어줘가며 내내 알고싶었던 것은 1600만원이 정말 불필요하게 사치된 금액인 것인지, 부부동반이 관례인지 이번이 특별이 이상한 행보였던 것인지 하는 것이었는데, 알고싶은 내용은 없고 자극적인 숫자들과 성토들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사장의 출장이던, 수장의 출장이던 한국식 의전, 상전을 떠받드는 모습의 의전은 물질적 정신적 낭비고 주고받는 본인들은 심각해도 옆에서 바라볼땐 우스꽝스러운 법이다. 더구나 한국사회에는 아직까지 민간 기업 안에서는 위로 올라갈 수록 윗사람는 보스가 아니라 두목이 되어가고, 스스로 정신을 거세해 내시로서 살아남는 무수한 아랫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물며 고위 공직자의 해외출장이 때마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대신에 문제가 생긴 것을 탓할 대상을 골라 발빠르게 화형시키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는 문제가 옷만 바꿔입을 뿐 끊임없이 부활하고 확대 재생산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나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숭례문 방화의 책임문제에서 자유롭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기왕에 간 출장이더라도 그가 8박9일 보다 임팩트하게 4박5일이나 5박6일의 일정으로 부지런한 업무행보를 보여주는 수장이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하지만 숭례문에 화재가 난 것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출장을 가서가 이유가 아니며, 그것이 필요한 출장이면 설연휴던 남극이던 가야할 업무이며, 민간의 기업에서 협찬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응당 국민의 세금으로가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하는 기업의 협찬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는 간극에 새로 집권한 한나라당은 숭례문 개방을 시작하고 서울시 자체를 관장했던 당선자의 책임문제를 슬그머니 빼버리고 물러나는 정부에서 임명된 문화재청장을 향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한국의 옐로우 언론들이 한입을 모아 떠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오히려 그 출장의 내역과 출장비의 내역을 밝혀내라 더 떠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건만, 그들이 일제히 가리키는 손가락질은 무척이나 어색하고 볼썽사납다.그리고 묻고싶다. 왜들 그러시는가? 책임은 가는 정권이 져주면 좋겠고, 복원은 국민이 해주었으면 좋겠는가? 그럼 당신들은 대체 뭘 할 건가? 젠장!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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