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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유히 치밀하게 이뤄진 ‘숭례문 방화’

등록 2008-02-14 16:54

이동 때 사다리는 포대에 넣고 시너는 2차 밀봉
‘확 번지라고 시너 쫄쫄 따라놓고 불 확실한가 지켜봤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채모(70)씨의 범행이 추측보다 훨씬 더 침착하고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채씨는 범행 후 목격자들이 나오는 걸 피하기 위해 사다리를 농산물 포대에 넣고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씨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난 10일 범행을 위해 강화를 떠날 때 승차한 버스의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채씨는 1.5ℓ 들이 페트병에 담은 시너 3병의 냄새가 새나가는 걸 막으려고 비닐로 2차 밀봉까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작년 7월과 1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남대문을 답사한 만큼 사건 당일 숭례문에 도착해서도 채씨는 여유만만하기만 했다.

경찰은 채씨가 주요 적외선 감지기 6개 가운데 4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누각을 둘러싼 돌담의 높이가 210㎝라는 사실도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씨는 숭례문 주변 북동ㆍ북서ㆍ남동ㆍ남서쪽에 설치된 4개의 적외선 센서를 모두 따돌리고 유유히 서협문 쪽 비탈을 타고 누각에 접근했으며 알맞게 준비된 160㎝짜리 사다리를 밟고 가볍게 담을 넘었다.

미처 간파하지 못한 두 협문 쪽 돌담에 설치된 센서가 작동했지만 경비업체 직원들이 채씨가 현장을 떠날 때까지 오지 않았던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목조 계단을 타고 2층 누각에 도착한 채씨는 시너병 2개를 나란히 세워 두고 나머지 1병은 바닥에 천천히 부었다.

시너가 넓게 번지라고 천천히 쫄쫄 따랐고 연료가 빨리 소진되는 걸 막기 위해 나머지 병들은 열지 않고 그대로 뒀다.

플라스틱 병들이 녹으면서 시너가 천천히 흘러나오거나 자동으로 연쇄방화가 일어나 오래 확실히 타도록 하기 위해 채씨가 짜낸 수법이었다.

채씨는 불길이 확실하게 이는지 확인한 뒤 숭례문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으며 지하철 숙대입구-사당-신촌 등 귀가로와 동떨어진 곳들을 거쳐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이튿날 밤 마을회관에서 여전히 여유있게 고스톱을 치던 중 경찰이 찾아오자 "일주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채씨는 말했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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